나무처럼 살 일이다
유용수
나무처럼 살 일이다
아침 햇살에 맑은 이슬 털어내며 있는 듯 없는 듯
산이 되어버린 나무
혼자서는 외롭기에 헝클어진 잡풀 껴안고 숲이 되어 버린 나무
푸른 이파리 성글어진 숲을 채우고, 가을엔 단풍과
하나 되고
눈 오는 날, 가지 꺾여 나목이 될지라도
끝내 고개 숙이지 않는 나무처럼 살 일이다
어떠한 고난이 오더라도 무릎 꿇지 않고
하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나무처럼
너와 나 자연과 하나 되어 살 일이다
혹여, 내뱉지 못한 삶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면
숲에 들어와 나무 하나 껴안고 꾸역꾸역 울어볼 일이다
울다 보면 조금씩 우직한 나무를 닮아 가지 않겠나
- 유용수 시집 「허공을 걷는 발자국을 보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