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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Oct 20. 2015

아침 출근길

다 알고 있습니다.

이동 수단 안전대책 강화로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실시된 뒤로 정류장에서 뜬눈으로 버스가 지나가는 것만 계속 지켜보는 일이 허다한데, 이게 급할 땐 여간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분명히 버스비 인상 이유 중에 증편도 포함되어있었는데, 아무런 변화는 없고 지하철을 증편했다는데 아니 왜 자장면 값을 올리면서 짬뽕 국물을 많이 주는 건가.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에 전활 했더니 다 알고 있단다. 알고 있으면 대책이 뭐냐 했더니 다 알고 있단다. 무슨 자동응답기도 아니고!


내가 요청한 건 이렇다. 다섯 정거장을 지나면 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인데 연이어 첫 정류장에서 사람이 꽉 차는 일이 발생하니, 출근시간만큼은 두세 번째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타는 곳은 세번째 정류장인데 오늘도 열댓 명이 '좌석 0'이라는 표시를 보며 40분 넘는 동안 4대를 눈앞에서 보내다 보니 한 어르신은 기다리는 걸 포기하고 택시를 탔고, 나와 몇 명은 결국 근처로 가는 다른 버스를, 그것도 겨우 탔다.


앉기만 하는 버스는 태워주질 않아, 입석 가능한 버스를 꽉 껴서 1시간 넘게 가다 보면 이미 오늘 쓸 에너지를 소진한 기분.






눈에 불을 켜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내 입맛에 맞추고자 싸움닭처럼 다니고 싶진 않지만, 그냥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태도로 살고 싶진 않아 이렇게라도 따져본다.


"부디 이 상황을 쉬이 넘기지 말고 반영해주셔서 서울로 출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출근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내 마지막 말을 부디 그분이 중히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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