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반 곱슬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의 머리가 참 가지런하다.
양 갈래로 반듯하게 당겨진 머리는 잔머리 한올 빠져나오지 않고 깔끔하게 나뉘었는데, 누군가 신경 써서 묶어주셨을 것을 생각하니 문득 어릴 적 집안 풍경이 떠오른다.
누나는 반 곱슬에 머리카락이 굵고 숱이 많아 머리를 빗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각자 나갈 준비로 분주한 아침 시간, 어머니는 이리저리 바쁜 와중에 틈이 나면 바로 누나 머리를 묶어주시곤 했는데, 부스스하게 엉킨 머리카락은 빗을 때마다 고개가 당겨지곤 했다.
누나가 아프다고 울면 '울지 말고 고개에 힘주라'고 톡 내려치던 도끼빗이 더 아팠을까? 목에 힘주는 만큼 입술에 꾹 힘주고 울음 참으니 방울방울 눈으로 흘러나오는 서러움이여.
그렇게 한쪽에선 매일같이 전쟁을, 한쪽에선 그러려니 밥을 먹는 모습이 어릴 적 우리 집의 흔한 모습이었다.
어릴 땐 엉킨 머리로 고생하더니 지금은 거의 직모 수준이라 돈 내고 웨이브를 넣으며 살고 있다는 신기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