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일기

자동화시대

비눗방울 놀이

by one

난 어릴 때 비눗방울 놀이를 참 좋아했었다. 종이컵에 물 조금 넣고 주방세제 넣은 다음 휘휘 휘저어 살짝 거품이 생길 정도로 만들어놓고, 끝을 가위로 잘라서 십자가 되게 꺾어 접은 빨대를 끝만 살포시 담갔다가 빼서 입으로 바람을 후 불면 투명한 방울이 둥실둥실 떠다니며 햇빛을 몸에 입고 아름다운 빛을 내다 톡톡톡 터지는 게 좋았다.

그냥 후 불면 몇 개가 나오기도 하고 터지기도 하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살포시 후우우우 내불면 후르르르 정말 많이 나오기도 하고 그러다 아주 살살 호오 길게 불어 엄청 큰 비눗방울을 만들면 '여기 봐 이것 좀 봐봐' 소리치며 꽤나 신나 했었다.



요즘 아는 분 아이와 놀아주는 일이 종종 생기는데, 오늘은 아이가 '엄마 비눗방울 엄마 비눗방울'하며 비눗방울을 연신 찾아댔다. 소독약 만한 작은 비눗방울이나 하나 나올 줄 알았던 가방에선 어마 무시한 총이 하나 나왔다.

이건 또 뭔가. 건전지가 들어있는 이 비눗방울 장난감은 방아쇠를 당기면 모터 소리가 나며 고래 입으로 비눗방울을 쉼 없이 쏟아낸다. 쉽게 너무 예쁜 비눗방울을 많이 만들 수 있지만 직접 후후 불어가며 크기를 조절해보는 경험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동으로 완성되는 결과물만 얻는데 익숙해지겠구나' 하며 뭔가 좀 씁쓸하게 느껴질 때쯤




0829_003a copy.jpg 위잉 위위 위이잉


어? 너 크기 조절을 하는구나?


모터 소리가 변칙적으로 들려 자세히 보니 방아쇠를 당기는 힘을 미묘하게 바꿔가며 크게 또는 많이 비눗방울 양을 조절하고 있었다. 알아서 재밌게 잘 놀고 있는데 삼촌이 괜한 걱정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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