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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salty Salt May 11. 2024

폼페이는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폼페이 유물전'을 다녀와서...

폼페이 유물전 더현대

서울 ALT.1

2024.01.13 - 05.06

최근에 종영한 '눈물의 여왕' 촬영지인 더현대서울 안에는 숨겨진 전시장이 있다. 백화점 6층에 있는 ALT.1은 밖에서 보기엔 전혀 크지 않다. 그래서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까진 별 기대를 하기 힘들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아 전시가 바뀔 때마다 찾는 곳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수교한 지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로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있는 폼페이 유물을 전시한 것이다.

당시에 직접 디카로 찍은 사진

초등학생 때, 가족들하고 폼페이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도 난다. 실제 발굴된 유적들 사이사이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갑자기 끝난 수많은 인생들에 대한 생각. 그 덕분에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지금의 우리까지 이어져 오는 것에 대한 생각.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었기에, 당시 사람들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부분은 관람하지 못하였는데, 그것에 대한 호기심. 전시회 포스터를 보자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다.


유물전은 하나의 전시라기 보단 박물관을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품들로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의 화려한 조각상들로 향유했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의 낙서들과 성생활로 이번에는 당당하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2000년 폼페이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폼페이 유물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화산재 안에서 흔적만 남기고 없어진 사람의 형태를 다시 만든 석고상일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건 발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한 순간의 일이었다는 것을 보는 누구에나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는 오지 않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지막에 영상과 함께 석고상 하나가 눕혀져 있었다. 바닥을 보며 누워있는, 무기력하게 자신의 운명에 짓눌리는 모습인 것 같았다.

폼페이에서 직접 찍은 석고상

사진을 다시 찾다 보니 그때 봤던 석고상이랑 다른 사람인 듯하다. 폼페이에 있던 석고는 엎드려 잠든 느낌이라면, 유물전에 있던 석고는 엎어진 느낌이다. 그 순간을 받아들인 마음이 몸으로 표현될 것일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전시장이 더현대 서울 안에 있는 것은 아주 좋다. 다른 백화점과는 다르게 더현대는 여러 종류의 매장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곳저곳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도 지나다니다가 잔망루피샵, 레고샵 등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레고 피겨 키링들을 몇 개 구입하고 말았다.

배트맨 레고 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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