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타임스퀘어로 갔다. 한국에서는 사실 이런 뮤지컬을 많이 보지 못했다. 날짜를 맞추기도 어렵고, 유명한 캐스팅 공연을 가기 위해서는 티켓팅도 미리 열심히 해야 됐다. 그리고 비용도 문화생활로 즐기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타임스퀘어에서는 라이언 킹, 알라딘이 재밌고 볼거리라 많은 뮤지컬로 유명하다. 미리 예약하고 오지 못하고, 당일에 풀리는 표도 구하지 못해 TKTS에 남아 있는 뮤지컬 중에 가장 밝고 경쾌한 킹키부츠를 선택하였다. 찾아보니 C열 자리의 정가는 132$이었는데 반값 정도에 구입한 것 같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드랙퀸을 위해 부츠를 만든 W.J 브룩스의 공장을 다룬 BBC의 1999년에 만든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를 뮤지컬로 다시 만들었다. 2013년에는 제67회 토니어워드에서 작품상, 음악상, 안무상, 남우주연상, 편곡상, 음향상 총 6개 부분에서 수상하였다. 한국 CJ EN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2년마다 공연을 하며, 올해 2024년에는 6번째 공연이자 10주년 공연이 2024년 9월 7일 ~ 2024년 11월 1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 예정되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국 노스햄튼에 위치한 '프라이스 앤 선스'는 3대째 내려오는 신발공장이다. 점점 인기가 떨어져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공장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갑자기 물려받은 '찰리'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약혼자 '니콜라'는 새련된 '빨간 구두'를 원하며 공장의 부지를 다른 것으로 개발하기 위해 매각하고 도시로 같이 떠나자고 한다.
그러다가 '로라'라는 드래그 퀸을 만나게 되면서 남성용 부츠를 제작하게 된다. 여기서 직원들과의 갈등, 찰리와 로라 간의 갈등으로 공연은 진행된다.
'로라'는 편견에 맞서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옳다고 강요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텃세과 편견에 지혜롭게 잘 대응하여 공장 사회에 잘 섞여 들어가며 결국 진심으로 존중받게 된다.
가장 반발이 심했던 공장직원 '돈'은 전통적인 남성성을 강요하지만 '로라'와의 싸움도 지고, 인성에서도 더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는 마지막에 그 누구보다 로라를 지지해 준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했지만, 특히 로라 역을 맡은 배우 'Callum Francis'의 열연이 엄청나서 공연 내내 눈을 못 뗄 정도로 몰입하여 봤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손짓, 눈빛 하나 놓치지 않고 로라 그 자체였다. 다른 국가 월드투어 때 채택되어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배우다.
킹키부츠는 브로드웨이에서 2013년 3월 3일부터 2019년 4월 7일까지 Al Hirschfeld Theatre에서 6년 정도 공연을 한 뒤 마무리됐다. 그 후, Stage 42라는 소극장에서 600석 미만의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진행됐다. 큰 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들보다 가격을 저렴하며, 더욱 소극장 같은 분위기로 현장감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래서 브로드웨이가 공연의 중심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는 다른 유명한 작품들을 가격에 상관없이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열하게 들었다.
공연을 보다 보니 어느덧 2일 차 밤이 되었다. 오늘 하루 종일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아침에 건강하게 브런치, 저녁에 배부르지 않게 초밥 오마카세를 먹은 것이 전부였다. 공연의 만족감은 높았지만, 배는 상대적으로 공허하여 야식을 먹기로 결정하였다. 저녁에 간편하게 먹을 것이 버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마침 타임스퀘어 주변에 한국에도 들어온 쉐이크쉑 버거집이 있어 비교를 위해 그곳을 향했다.
나는 더블 버거, 아내는 싱글 버거, 그리고 같이 먹을 감자튀김과 밀크셰이크를 주문했다. 맛은 한국과 미국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그만큼 한국에 입점을 잘했다는 의미일까. 배부르게 먹고 타임스퀘어의 야간 모습을 즐긴 이후에 다음 날 날씨가 좋긴 바라며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