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고등학교 때는 가장 친구 중 한 명이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락이 뜨문뜨문했다. 사실 먼저 만나자고 연락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주변에 연락 자주 하는 다른 친구한테 자극을 받아 먼저 연락을 해보았다. 서로 시간이 이른 점심 밖에 되지 않았고, 둘 다 덩치가 큰 육식을 좋아하는 남성들이었기에 11시부터 하는 고깃집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하게 됐다.
점심 특선 메뉴로 한상 차림의 식사가 있었지만, 우리의 목표는 고기였기에 바로 숙주 모둠한판 대를 주문했다.
기본 반찬은 깔끔한 맛의 구성이었다. 간도 자극적이지 않고 딱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기본 반찬들을 다 먹어도 고기는 나오지 않았고, 이상하게 느낀 우리는 식탁에 불판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둘러보니 고기를 초벌 해주는 곳이 따로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기엔 좋았다. 누군가 계속 고기를 구울 필요도, 점원이 있어 주는 부담도 없었다.
고기가 다 구워지자 뜨끈한 돌그릇에 김치랑 버섯, 파채와 함께 올라왔다.
고기가 구워지는 시간은 조금 길게 느껴졌는데, 우리가 첫 손님이라 그런지, 불판 위에 고기를 구워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특유의 분주함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좋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같이 먹는 사람에게도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