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을 때 생각나는 따뜻한 계란죽
뭔가 부담 없이, 속 편하게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꼭 감기에 걸려서가 아니더라도, 아침부터 기운이 없거나 아무것도 먹기 싫은 날엔 유난히 죽이 떠오른다. 특히 계란죽은,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주방에 오래 서기 힘든 날엔 더욱 손이 간다.
냉장고를 열고 남은 밥 한 공기, 계란 하나 꺼내면 이미 반은 끝난 셈이다. 여기에 물 넉넉히 붓고, 불만 잘 다뤄도 그럴듯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밥과 물은 처음엔 센 불로 바짝 끓여야 한다. 그래야 밥알이 풀리기 시작하고, 죽처럼 퍼질 준비가 된다.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밥알이 천천히 흩어지도록 시간을 준다. 이때 급하게 젓거나 불을 다시 세게 하면 죽 전체가 질척거리거나 밥알이 뭉쳐버린다. 끓이는 데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불 조절 하나로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
계란은 그다음이다. 바로 풀어 넣고 휘저으면 뭉치기 쉽고, 비린내도 남는다. 계란물을 붓고 20~30초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천천히 저어주면 훨씬 부드럽게 퍼진다. 밥알 사이사이 계란이 스며들며 죽 전체가 포근한 색과 질감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이 요리의 포인트다.
간은 국간장과 소금으로 나눠서 맞춘다. 간장을 많이 넣으면 죽 특유의 담백함이 무너지고, 너무 싱거우면 밍밍하기만 하다. 국간장은 반 스푼 미만으로 감칠맛만 살리는 역할, 실제 간은 소금으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균형이 좋다.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두 번 만들어보면 손이 기억한다.
죽이 다 끓고 나면, 참기름 몇 방울로 마무리한다. 이걸 빠뜨리면 뭔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 양이 과하면 텁텁해지지만, 소량만 떨어뜨리면 향과 고소함이 딱 알맞게 배어난다. 통깨 조금 뿌려서 식감을 더해주면, 그야말로 ‘잘 만든 한 끼’가 된다.
별거 없는 조합인데도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런 음식이다. 누구를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자주 만들게 되는 이유가 있다. 먹고 나면 조금 나아진 것 같은 느낌. 가끔은 그런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