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한다면 필독.
맑고 개운한 국물보다, 뽀얗고 고소한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속이 불편할 때, 입맛이 없을 때, 꼭 찾게 되는 북어국이 그런 음식이다.
그저 맹물에 북어를 넣고 끓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한 맛.
복잡한 재료도, 오래 끓일 필요도 없다. 단 하나의 재료, 말린 북어만 있으면 충분하다. 들기름으로 감싼 고소한 향, 깊이 있는 국물, 뽀얗게 우러난 색까지 완벽한 북어국을 지금 만들어보자.
말린 북어는 물에 오래 담그지 않는다. 4~5cm 길이로 자른 뒤 흐르는 물에 먼지만 제거하듯 재빨리 헹군다.
너무 오래 물에 씻거나, 물 속에서 불리면 북어의 진한 맛이 빠져나가 국물맛이 밍밍해진다. 헹군 후엔 물기를 꼭 짜지 말고 표면만 눌러 정리하자.
이렇게 손질한 북어는 들기름 2큰술과 함께 조물조물 무쳐준다. 이 단계가 북어국의 향과 맛을 좌우한다. 들기름을 머금은 북어는 끓는 물에 들어가며 고소한 풍미를 배가시키고, 국물에 윤기를 더해준다.
북어를 냄비에 넣고 잠길 정도의 물과 사케 100ml를 부어 센 불로 끓인다. 뚜껑은 열고 5분간 끓여 비린내를 날리자. 국물이 서서히 뽀얗게 변하고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면 준비된 무와 다진 마늘을 넣고, 물을 한 컵 추가한다.
중불로 줄인 뒤 뚜껑을 덮고 30분간 은근하게 끓인다. 이 시간 동안 무는 국물에 녹아들고 북어는 국물과 하나가 된다. 이 과정이 국물에 깊이를 더하는 핵심이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대파 반대, 깍둑썬 두부, 어슷 썬 홍고추를 넣는다. 간은 액젓 1큰술과 소금 약간으로 조절하되, 처음엔 싱겁게 시작하는 게 좋다. 맵게 먹고 싶다면 홍고추를 한 개 더 넣어보자.
기호에 따라 계란을 살짝 풀어 넣고 반쯤 익었을 때 불을 끈다. 계란은 휘젓지 말고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두면 식감도 국물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렇게 완성된 북어국은 정말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퍼지는 들기름 향, 부서지듯 부드러운 북어 살, 적당히 익은 무와 두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아침 해장국으로도, 부담 없는 한 끼로도 제격이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는 아니지만, 한 그릇 안에 정성이 담겨 있다. 북어 하나만 있으면 완성되는 이 국, 속이 답답한 날 꼭 한 번 끓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