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다 귀찮은 날
가끔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손 많이 가는 반찬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대충 때우고 싶진 않은 마음. 그럴 땐 냉장고 안에서 찾게 된다. 별 거 없어도 괜찮다. 김 몇 장과 계란 하나, 그리고 반찬통 구석에 있던 스팸이면 충분하다.
밀가루도 필요 없다. 계란 하나면 반죽이 완성된다. 소금과 미림을 약간 넣어 비린내를 잡고, 거기에 다진 청양고추를 조금 섞으면 계란이 스스로 양념이 된다. 김에 입혀지면 튀김옷처럼 두껍지 않고, 오히려 얇고 바삭하게 마무리된다. 살찔까 봐 관리하는 사람들에게도 알맞은 음식이다.
스팸은 그대로 쓰지 않는다. 끓는 물에 한 번 담갔다 꺼내면 불필요한 기름기가 빠지고, 입에 남는 텁텁함도 사라진다. 잘게 다진 스팸을 한 숟갈씩 김 위에 얹고, 계란물에 담가 팬에 올리면 된다.
청양고추는 기호에 따라 넣되, 씨를 제거하고 곱게 다지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입안에 알싸한 향이 맴돈다.
김은 꼭 두꺼운 걸로. 곱창김처럼 질긴 김을 8등분해 2장씩 겹쳐 써야 조리 중에도 잘 찢어지지 않는다. 얇은 김은 금방 눅눅해지기 십상이고, 속재료가 밖으로 새기 쉽다. 두껍게 구워진 김전은 씹을 때마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맛이 퍼진다.
기름은 팬 바닥에 살짝만 두른다. 중불에 천천히 굽는 것이 포인트다. 계란물이 자연스럽게 퍼져 김과 속재료를 붙잡고, 따로 손보지 않아도 모양이 단정하게 완성된다.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이건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싶은 날보다, 스스로를 챙겨주고 싶은 날에 더 어울리는 음식이다. 단출하지만 성의가 있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맛. 바삭한 소리와 함께 기분까지 정리되는 한 조각, 그게 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