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영화 <물숨> (2016, 고희영)
오늘 일일영감의 잡담에서는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물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7년이라는 긴 취재 기간을 통해 완성된 다큐멘터리인데요. 어머니의 품 혹은 무덤으로 표현되는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해녀의 삶과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물숨 (2016, 고희영)
고희영이 7년 간의 기나긴 취재 기간에 걸쳐 우도의 해녀들을 담아냈다. 평소 해녀에 대해 관심이 없었더라도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해녀 문화와 제주 바다를 보고 있는 게 매우 흥미롭다. 놀랍게도 해녀들 사이에는 타고난 능력에 따른 계급도 있다는데 물론 권위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고창선 할머니의 죽음을 이야기 상에서 이용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굳이장례식장까지 들어가 촬영 허가를 받고 있었을 PD와 연출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는 아마 '아픈마음을 열고 촬영을 허가해주신 고창선 할머니 가족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정도의 자막이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나 다큐멘터리, 보도 사진을 만드는 사람들은영원히 이러한 촬영 윤리에 대해 무거운 부담감을 가지고 질문해야 할 것이다. 결과물보다는 창작자의 동기를들여다보아야 한다.
무거운 이야기를 떠나서 <물숨>은그래도 해녀들의 삶에 대해 꽤나 깊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라는 존재감에 대해 다시금감동해볼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신화적이거나 철학적인 어떤 인상도 받게 된다. 적어도 낭비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숨>을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글_ 정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