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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린뒤맑음 Jan 17. 2021

외국 회사 취준하며 느낀 점

회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후보자가 되자

이 글은 외국 회사 현직자의 "조언"이 아닌, 2021년 1월 현재 취준생인 내가 외국 회사 구직을 하는 과정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배우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글이다. 어쩌면 나의 경험치가 좀 더 쌓이고 난 후에는 나 자신조차도 지금 이 글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현재 취준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도 어디선가 외국 회사 취준을 하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각이 되거나 공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내어 글을 발행해본다.


요즘 내가 강하게 느끼고 있는 포인트는 구직을 할 때 구직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회사의 입장에서 판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누구나 부담은 싫어하고 안전해 보이는 쪽을 택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회사도 그렇지 않을까. 회사도 그들의 불안함과 부담을 줄여주고, 믿고 계약하는 게 안전해보이는 후보자에게 오퍼를 하지 않을까.




Image by khamkhor from Pixabay


1. 인사담당자의 부담 줄여주기: 내부추천받기


취준생에게는 어쩌면 갑으로 보이는 인사담당자에게 채용에 무슨 부담이 있겠냐고? 핏하지 못한 후보자를 서류합격시키고 면접합격 시켜서 다음 단계로 올려보낼수록 인사담당자의 책임과 부담은 커진다. 인사담당자 차원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거니까. 윗선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적합하지 않은 후보자를 미리미리 제대로 걸러내는게 그들의 할 일인데 그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당연히 그들이 받는 부담과 압박이 커지지 않을까. 


입장바꿔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건데 당장 자기 취업이 중요한 구직자 입장에서 이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점이 큰 깨달음이었다. 이러한 인사담당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강력한 필살기가 바로 내부 추천이다. 후보자가 회사 내부 누군가의 추천을 받게 되면 이건 그 후보자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누군가가 사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담당자가 짊어질 부담을 극도로 낮춰준다. 설령 그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별로라고 하더라도 인사담당자는 빠져나가고 추천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인맥 없는데 어떻게 추천을 받냐고? 바로 그런 생각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고, 그래서 이 내부추천이라는 초고속 지원경로로 잘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구직자가 선택하는 지원경로는 채용 웹사이트에 평범하게 서류를 내는 것이다. 그 결과는? 극악의 경쟁률과 서류광탈.


어떻게든 네트워킹하고 적극성을 발휘해서 여기저기에 아는 사람 많이 만들어두고 관계 잘 쌓아서 내부추천이라는 골든 티켓을 거머쥐는 차별화되는 후보자가 되어보자. 꼭 타겟 회사 내에 내 직접적인 지인이 없어도 지인의 지인으로 한다리 건너서 연결되는 방법도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나에게 기회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 뭐야 인맥이네, 낙하산이네...라는 것은 사실 지극히 구직자 중심적인 생각이다. 뭐 어쩌겠나.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그게 자기들에게 부담이 덜한 방법인 것을. 그리고 역으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구직자가 내부추천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내부추천을 받은 구직자에게는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는 게임이 된다. 거의 놀이동산에서 예약줄이랑 일반대기줄 차이 급으로, 내부추천을 받는다면 위로 올라가는 속도와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일반대기줄의 수천수만명 중 한명이 될 것인가, 예약줄의 단 한명이 될 것인가. 정말 차별화되는 구직자가 되고 싶다면 지원 경로부터 차별화해보자. 



Image by Robin Higgins from Pixabay


2. 소속될 팀의 부담 줄여주기: 내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내가 어디서 뭐했던 사람이고, 내가 뭐에 관심있고, 내가 뭘 하고 싶고, 내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고... 이런 건 그들의 알 바가 아니다. 회사가 채용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 업무에 당장 투입해서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낼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직을 할 때 서류에서든 면접에서든 내 썰 푸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된다. 항상 모든 포커스를 회사와 팀으로 맞추어서 나의 그 썰이 그래서 구체적으로 팀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 줄 건지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내 이력을 말하면 면접관이 스스로 알아서 그게 지금 이 팀과 포지션에 필요한 역량임을 캐치하겠지?' 글쎄. 그것도 구직자 중심적인 시각 아닐까.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냥 모르는 사람이 자기 인생 썰 푸는 건데 '이 사람이 뭔가 했던 거 같긴 한데 그건 우리 회사가 아닌 그 회사에서의 성과고 과연 우리 팀에 와서도 우리가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에서 성과를 내줄까?'라는 물음표가 떠오르지 않을까. 특히나 직무를 바꾸거나 업계를 바꾸는 경우 더더욱 자신의 이력을 팀의 시각에서 봤을 때 납득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소속될 팀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지원하는 회사와 지원하는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빠삭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어디에서 일했어. 나 이거 해봤어. 나 이거 할줄 알아.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모두 나의 시각에 갇혀있는 접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공부를 시작하자. 회사가 속한 업계, 회사의 경쟁사, 회사의 고객, 회사의 주력 상품/서비스, 회사가 직면한 문제 그리고 그 안에서 팀의 당면 과제, 팀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팀의 관심사, 팀에서 그 포지션을 맡을 사람에게 가장 서포트 받기를 원하는 부분. 이런 것들을 공부하고 녹여내어 내가 이 팀에서 도대체 뭘 해줄건지를 보여주면 나를 향한 팀의 의구심과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Image by truthseeker08 from Pixabay


3. 회사의 부담 줄여주기: 회사와 핏이 맞는 후보자임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주기


외국 회사 취준 관련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  


"외국계 취업하려면, 해외취업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요? 어느 정도로 잘해야 하나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한다고, 한국이 아닌 곳에서 근무한다고 모두가 같은 레벨의 영어를 구사할까? 어떤 외국 회사의 어떤 포지션인지에 따라 구성원의 영어 수준도 다르지 않을까?


타겟하는 곳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곳이라면 나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할 것이다. 어법이 좀 틀리고 고품격 표현을 구사하지는 않아도 의사전달을 명확히 하는 정도면 괜찮은 곳이라면 나도 최소 그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나도 이메일이든, 대면이든, 음성이든, 화상이든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그런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보다 활기차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나도 미소짓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계 질서가 엄격하고 탑다운 방식의 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나도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의견 제시를 두려워 하지 않고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보고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소통이 중시되는 곳이라면 나도 그렇게 소통해야 한다.


논리적인 소통이 중시되는 곳이라면 나도 논리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정적인 소통이 중시되는 곳이라면 나도 감정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회사에 무리없이 잘 녹아들 수 있는 후보자라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준다면, '이 사람이 과연 우리 회사와 조직문화에 잘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회사의 걱정과 부담을 낮춰줄 수 있을 것이다.




배경사진: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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