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인터뷰 어레인지, 후 입사지원서 제출이 가능할 수도 있었구나
이것은 남는 게 시간이던 세상 팔자 편한 백수가 느닷없이 밀어닥친 서류와 면접의 숨가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쓰는 글이다.
세상 용기없는 쫄보에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게으름뱅이이자 배긁던 백수인 내가 얼마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브런치에 (이제는 제발) 용기를 내자는 글을 썼다. 그 글을 쓴 후로 정말로 뭐에 홀린듯이 용기를 내어 관심있게 보던 회사의 재직자분께 입사지원 의사를 밝힌 후 이 모든 게 들이닥쳤다.
레주메를 먼저 달라고 하셨던 그 분으로부터 놀랍게도 내부 추천을 받게 되었고, 그 분이 요청하신 추가 서류를 급히 작성하며 입사지원서 제출을 준비하는 와중에 회사 인사담당자로부터 당장 오늘 인터뷰할 것을 제의하는 이메일이 오고, 담당자와 일정 조율 끝에 인터뷰 일정을 다음 날로 확정하고, 입사지원서 제출을 마쳤다.
진짜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몇 분밖에 안 지난거 같은데 기껏 타놓은 카누 커피는 제대로 입도 못 댄 채 차갑게 식어버렸다. (회사에서 일 빡세게 하던 때의 내 모습이 몇 년 만에 보인다. 정말 바쁘면 먹을 것도 못 먹고 일하는 거, 그리고 시간 빨리 가는 거.) 그리고 입사지원서 제출하자마자 밥먹을 새도 없이 바로 인터뷰 준비에 돌입하여 회사 정보 수집하고 예상질문 정리하고 지인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답변을 다듬는 중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또또 놀랍게도 다른 회사 추천도 받게 되어서 이 회사 면접 끝나자마자 당장 그 회사에 서류 내고 인터뷰 준비해야한다. 이 모든 게 나에게 3일 동안 벌어진 일이다.
내가 저 회사 중 하나와 계약하게 될 지 그냥 신기한 취준 에피소드로 끝날지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3일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1. 용기를 내면 정말로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것.
2. 정신없이 몰입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
3. 외국 회사 채용 방식은 그동안 내가 지원해왔던 한국 회사들의 채용 방식과는 또 다른 세계라는 것.
4. 방구석 백수에게도 희망은 있다는 것.
5. 평소에 스터디든 동아리든 학교든 회사든 스쳐지나간 인연이든 내가 1분이라도 머물렀던 온오프라인의 모든 플랫폼에서 만나게 되는 주변인과 지인들에게 말 예쁘게 하고 행동 잘 해서 의미 있는 네트워킹 잘해두면 정말 뜬금포로 그분들로부터 엄청 큰 도움받는 때가 온다는 것.
을 온몸으로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오늘 갑자기 에너지를 너무 써서인지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기도 하고 또 지금의 이 감정과 배움이 생생할 때 기록해두고 싶어서, 또 나와 같은 길을 가려는 누군가에게 먼지같은 힘이라도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어쩌면 외국 회사와 핏이 더 맞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시 인터뷰 준비하러 가야지.
배경사진: Image by vishnu vijayan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