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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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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힘들지도 않은지 오뚝이가 계속 흔들립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옹알이를 내뱉으며 늘 웃는 얼굴로 마주해주는

아이의 작은 손가락에도 흔들리고

영원히 흔들거리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아는

무심한 표정을 한 어른의 손놀림 한 번에도

오뚝이는 어김없이 흔들립니다


그렇게 열심히 흔들리다

바람도 멈추고 손가락도 손놀림도 사라지고 나면

그제서야 흔들림을 멈추고 바르게 놓인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우리도 살면서 참 많이 흔들립니다

바람에 흔들리진 않더라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흔들리고

나를 보며 웃어주는 사랑에..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날 건드려보는 사람에..

그런 흔들림에 흔들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참 많이 흔들립니다


흔들린다는 것은..

어쩌면.. 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흔드는 만큼 흔들리며 그 흔들림에 대해 충분히 헤아린 다음

흔들리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말이죠


참 많이 흔들려도..

한참을 흔들려도..

넘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기 위해..


오뚝이처럼..

가장 낮은 곳

가장 깊은 곳에다

듬직한 중심을 잡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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