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야~
어~ 늘보야~
우리 어렸을 때 벚꽃놀이 갔던 거 기억나?
우리가?
응~ 막 벚꽃 잎도 날리고~
벚꽃 잎이?
으응~ 우리 뒤에 사슴도 있었잖아~
그런 적이 있었던가?
늘보야?
어~?
혹시 여기 말하는 거니?
어?!! 어...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보면
어떤 사건의 범인으로 갑자기 사라진 한 명의 용의자가 지목되고
그 용의자를 찾고 사건의 동기를 추측해보기 위해
용의자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그의 과거까지 파헤칩니다
그를 알던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데
저마다 그를 기억하는 모습이 다릅니다
그 중 가장 친했던 친구 하나가 자신의 기억을 다 들려주고서는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건 날조돼
인간은 자기한테 유리하게끔 이야기를 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제가 기억하고 있는 몇몇의 소중한 추억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여러 사진보정 툴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세피아 효과를 적용한 것처럼
당시의 눈으로 봤던 색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색으로 포장되어
모난 부분 하나 없이 동글동글하게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참 예쁜 이 기억들이..
사실 그대로의 기억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난 부분이 공존했으나 그 부분만 지워낸 것인지도..
모난 부분이 앞뒤로 일어났으나 동그란 부분만을 기억하는 것인지도..
당시에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했던 상상이 실재로 둔갑하여 기억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조금 더 정확히 하기 위해
그 시간을 함께 나눈 이에게 찾아가 묻고 들어보면
더 정확한 기억을 살려낼 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리하지 않는 이유는
지금 기억하는 추억 그 자체로가 충분히 좋기 때문 아닐까요?
어쩌면..
추억은 어느 정도 날조 되어야만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