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광대의 관대함

by 어느좋은날
106-광대의 관대함.jpg




희괴한 모자를 쓰고

빠알간 코를 한 광대 하나가

더 웃어 보일 여유가 없을 만큼 한껏 웃는 얼굴로


아슬아슬하게 공을 돌립니다

아슬아슬한 묘기와

익살스러운 그 표정이

누군가에게 웃음을 전합니다


한 여름 같은 봄볕 아래서

두툼한 옷가지와 모자까지 쓴 채로

웃음을 전한다는 건..

참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껏 웃는 얼굴로 공을 돌리는 광대가..

참 관대해 보였습니다


그 웃는 얼굴 뒤에 감춰진

그의 진짜 감정을 알 수는 없으나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보여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억눌러 웃음으로 표현해 냈을까 하는 생각에

그 모습이 더 관대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도 그런 관대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내게 좋은 일만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를 그렇게 내버려 둘 삶이 아니니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가

사회생활에 있어 포커페이스는 필수라던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라는 등의 말들을

참 많이 들으며 살고 있지만..

막상 힘들 일.. 부당한 일.. 어려운 일.. 등과 맞닥뜨리면

웃어야 할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일그러지는 곳이 얼굴이니까요..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면

아직은 멀었구나 멀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광대도 처음엔 그랬을지 모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웃어야 하기에 웃으며 시작했을 것이고

그런 억지 웃음일지라도

그가 전하는 웃음으로 인해

많은 웃음이 생겨나는 모습에

그 역시도 정말 즐거워 웃게 되었는지도요..


하루 아침에 관대한 마음을.. 속내를 숨기는 얼굴을..

갖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웃고 웃다 보면 언젠가는 정말로 웃는 날이 오겠지요


아슬아슬하게 공을 돌리며 한껏 웃고 있는

관대한 광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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