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깨어난 매미의 유충이 땅으로 떨어집니다
자신이 나무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걸 모르는지
눈 앞에 놓인 땅이 온 세상인 양..
지나칠 정도로 묵묵히..
아무도 모를 만큼 조용히..
땅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게 7년여를 지내고 나서야
땅 위의 다른 세상의 존재를 깨닫고
땅을 벗어나
우화를 시작합니다
날개가 생긴 매미는 하늘을 날아봅니다
진짜 세상을 비-잉- 둘러보고는
듬직한 나무에 몸을 기대어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오랜 날들을 묵묵히 살아보고 난 터라 더 좋았다고
좋지만 계속 살기엔 조금은 시끌벅적 하다고
조용한 땅 속에서 지내다
가끔씩 바람만 쐬러 올라와야겠다고..
매미는 그렇게 노래를 부르다
나무에 기댄 채로 긴 잠이 듭니다
7년여의 땅 속 생활.. 그리고..
2주 정도의 땅 바깥에서의 생활..
그런 매미의 일생이
우리가 우리 삶에서 느끼는 행복이란 감정과 닮아 보였습니다
7년여의 묵묵함이
우리의 평범하거나 고된 삶들 같아 보였고..
2주여의 노래하는 시간이
그 삶들 속에서 찾아 오는 잠깐 잠깐의 행복 같아 보였습니다
매미의 노래가 언제나 들렸다면
매미의 노래가 반갑게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행복함 역시 늘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함의 정도가 무디게 다가오겠지요
맴- 매앰- 맴-
매미가 남은 행복을 마저 노래합니다
행복한 시간이 짧은 이유를..
평범한 날들이 있기에 행복한 날에 더 행복해 할 수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