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애벌레 하나가 온몸을 구부렸다 폅니다
온 힘을 다해 온몸을 구부렸다 폈지만 아주 조금 나아갈 뿐이었습니다
이러다간 하나 남은 푸른 잎을 눈 앞에서 놓칠 것만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애벌레는 그런 초조함이 싫었습니다
아니.. 그런 초조함을 수시로 느껴야 하는 자신이 싫었습니다
맛있는 나뭇잎을 바람이 데려가 눈 앞에서 놓쳐버리는 일도..
새들을 피해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있어야 하는 일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의 느린 몸짓도..
울퉁불퉁한 자신의 몸 마저도..
다 싫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못난 허물처럼 느껴졌고
그렇다 보니 바라보는 모든 것 또한 삐뚤게 보였습니다
그런 삐뚤어진 애벌레에게도 진짜 허물을 벗어야 할 시기가 찾아 왔습니다
애벌레는 역시나..
몸집이 조금 더 커질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삐뚠 생각으로
고치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고치형태의 허물이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갈라진 틈 사이로 하얀 날개가 달린 나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애벌레가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은 이번 허물이 마지막 허물이었고
힘들고 긴.. 그래서 삐뚤어져 가던 시간을 거쳐..
애벌레는.. 하얀 나비가 되었습니다
확 달라진 모습의 애벌레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자신이 허물고 나온 허물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못난 허물이었던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삐뚤게 여긴 자신의 생각이 허물이었다는 것을요..
그 허물을 좀 더 일찍 허물었더라면..
애벌레였을 때의 삶이 조금 더 즐거울 수도 있었다는 것을요..
그렇게.. 자신의 허물어진 허물을 한참을 바라보던 애벌레는
그 모습을 마음에 새긴 채..
하얀 날개와 함께 파란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허물들을 허물며 가까워지고
미처 보이지 못한 허물들을 보여가며 더 가까워지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 허물을 허물려면..
자신의 허물을 먼저 허물어야 합니다
그 허물은..
누군가에게서 전해들은 편견일 수도..
과거로부터 직접 경험한 선입견일 수도..
자신의 기준이 아닌 세상의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허물기가 두렵고 어려운 것이겠죠
세상의 기준이..
내 선입견과 편견이..
안정적이고 옳다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허물을 허물 필요도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 허묾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하얀 날개나
본인의 하얀 날개를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끝에 하얀 날개가 없을지라도
허물로 인해 모든 것을 삐뚤게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며
하얀 날개와 함께 파란 하늘로 날아간 애벌레를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