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소심한 사람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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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심(小心)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잘 참고

그래서.. 하고 싶은 행동도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하고는 합니다


참고 주저하다

끝내 하지 못하는 말은 태반이고

선수를 빼앗기는 일도 허다합니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 그 소심한 점을 이용하는 기분도 들고요


그 중에서도 스스로도 가장 답답한 일은

좋아하는 이에게 좋아한다 말하기가 두렵다는 점입니다

내일은 말해야지..라는 다짐으로 잠이 들고

오늘은 못할 것 같다.. 라는 소심함으로 아침 햇살을 맞습니다

머리 속에선 몇 번이고 해낸 일이지만

머리 밖에서는 몇 번이고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다 끝이 납니다


스스로의 소심함 때문에 손가락이 참 바쁘던 어느 날..

친구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건네줍니다


너는 소심(小心)한 게 아니라 소심(笑心)한 거야

작은마음이 아니라 웃는마음이어서

모두가 웃는 상황을 만들려다 보니 조금 늦을 뿐인 거야


친구의 그 말이 꼼지락거리느라 바쁘던 손가락을 멈춰주었고

머리 밖에서도 해낼 수 있는 용기도 건네주었습니다


친구의 말이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 건넨 말이라는 것도..

마음 상하지 않고 듣기 좋도록 돌려 말한 것이란 것도.. 알지만

그 말은 정말 소심(小心)한 마음을 소심(笑心)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돌아보면..

생각이 많다 보니 머뭇거렸고

머뭇거리다 보니 늦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니..

생각이 많다기 보다는 걱정이 많았고

머뭇거린다기 보다는 걱정이 자라 두려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웃게 하기 위해 내가 운 것도 같고

모두라는 말에 정작 제 자신은 포함시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차근차근 걱정을 줄여가다 보면..

선수를 빼앗기는 일도 줄어들고

차분해진 손가락만큼 마음도 크게 쿵쾅거리진 않을 테고

모두 웃을 때 나도 같이 웃을 수 있을 테고

그러다 보면..

끝내 하지 못했던 좋아한다는 말도 할 수 있겠지요


그 날이 속히 다가올 수 있도록..

오늘부터

너는 소심(笑心)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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