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 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온도의 뜨거움도 뜨거움이지만
그 뜨거움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말복이 지나고.. 처서가 지나도..
누그러지지 않는 더위에..
여름을 미워하기 시작했고
하루 빨리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자신을 미워하며 등 떠미는 게 싫었던 건지..
여름은.. 온 힘을 다해 더위를 뿜어냈습니다
그런 여름의 심술에 지쳐 스러져 가던 어느 날..
해가 지고.. 작은 빗방울들이 창문에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빗방울들은 밤사이 그 맺힘을 멈추지 않았고
하룻밤 사이에 촉촉한 아침과 높은 하늘의 가을을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바라고 기다리던 가을이 하룻밤 사이에 와버리니
기분이 참 오묘했습니다
그 선선함이 좋으면서도.. 맞이할 시간이 없었음에 당혹스러웠다 랄까요?
그런 기분과 함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챈다고.. 떼를 쓴다고.. 투정을 부린다고.. 해서
더 늦게 오지도.. 덜 빨리 오지도.. 않고
때가 되면.. 올 시간이 되면..
오게 될 것은 기다리면 결국에는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요
그 때를 알지 못해
기약 없이 길어지는 기다림에 지쳐
보채고.. 떼쓰고.. 투정 부리며.. 살지는 않았나..
그럴 시간에 준비를 해놓았다면.. 당혹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요
오게 될 무언가는 기다리면 결국에는 온다는 것을..
그 무언가가 가을이든.. 떠나간 사람이든.. 돌아 선 마음이든..
오게 될 무언가는 기다리면 결국에는 온다는 것을..
하룻밤 사이에 찾아온 가을을 기쁘게 맞이하며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