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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지나치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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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병이 있습니다

꽃을 위해 물을 담아봅니다

병의 입구까지 물이 차올랐지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물이 넘쳐 버립니다

넘쳐버린 물로 꽃병 주위는 흥건히 젖어 버렸습니다

아름다운 꽃병은 젖은 꽃병이 되었습니다


물주는 이의 지나침으로 인해..




살다 보면..지나쳐서는 안되었을 것들을 지나쳐버리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어떤 곳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거나 들여다 보지 않고 지나가 버리거나

상대방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에 있어 그 받아들임의 경계를 넘어 버리는..

그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아감을 잠시 멈추고 귀와 마음을 기울여..

그 곳을.. 그 일을.. 흔한 배경이나 일상으로 흘려버리지 말아야 했고..

감정에 휩쓸려 던져버린 말이나 행동으로

잔잔했던 그대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무언가를 지나쳐야만 했더라면

감정의 지나침에 휩쓸리지 않고 지나쳤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달라졌겠지..


라는 생각을..

넘쳐 흘러버린 꽃병의 물을 보며 한참 동안 해 봅니다


그리고는..


앞으로의 그대에게는..

그대를 비롯한 소중한 이들에게는..

감정의 지나침을 지나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기를..

하는 마음으로

넘쳐 흐른 물을.. 조용히 훔쳐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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