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왕관의 무게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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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셰익스피어 <헨리 4세>



눈 앞에 왕관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손을 뻗어 쓰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왕관입니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이 놓여진 탓에

무턱대고 손을 뻗기가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은 사치라는 듯

이내 주위의 기대들이 몰려 옵니다


어서 손을 뻗으라고

왕관을 쓰고 나면 지금의 망설임은 사라질 거라고

넌 잘 해낼 수 있다고


나보다 확신에 찬 말투의 말들을 건넵니다


결국, 그 기대들을 저버리지 못하고

나와 왕관 사이에 존재하던 망설임을 걷어내고

앞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처음 써 본 왕관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 무게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아직.. 왕관의 무게와 그 자리를 견딜 준비가 되지 않은,

왕관으로 손을 뻗기를 망설여하던 모습의 내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써보기 전에는 가늠키 어려운 무게이기에

분명, 생각해오던 것보다 현실의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이가 오르기는 어려운 자리이기에

이 왕관을 쉬이 썼다 벗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왕관의 무게가 무겁다 느껴진다면..

곁에서 함께하는 누군가와 같이 나누어 들어봐도

왕관의 무게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다면..


그 때는.. 그럴 때는..

왕관을 도로 내려놓아도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왕관이 왕좌의 전부가 아니듯

이루고자 했던 부나 명예나 일부의 목표들이 삶의 전부는 아니기에..

써보기 전에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무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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