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내립니다
비가 오는 건지 마는 건지도 모를 만큼
약한 가랑비가 내립니다
우산 없이 집을 나섰고
너무 여린 빗방울에 우산을 가지러 돌아 갈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촉박하게 느껴지는 시간 탓에 그대로 길을 걸었고
조금 굵어진 빗방울이 불안해 우산 하나를 사봅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 아무도 우산을 펼치지 않았기에
손에 든 우산을 펼까 말까 또 망설여집니다
그런 망설임의 연속 속에서
길 위에서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길어진 시간만큼 가랑비는 내 위에 걸터앉았고,
어느새 옷과 머리는 다 젖어 버렸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망설이기만 하다.. 말이죠
펼치지 못한 우산과 젖은 옷,
그리고 옷보다 더 축축해진 마음으로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망설이고 있고,
그에 질세라 가랑비도 아직 소리 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삶에서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별 일 아닐 거라 여기며 넘겼던 일이 어느새 성가셔지고,
성가셔진 마음에 망설이고, 주위의 시선에 망설이다
결국 별 일을 마주하게 되는 때가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망설이고 망설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젖어버린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조용히 비가 내리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