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마을에 이 빠진 동그라미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가 빠진 탓에 이 빠진 동그라미는 늘 다른 동그라미들의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 빠진 동그라미는 모양이 동그랗지 않아서 빠르게 구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동안 천천히 굴러갔고
그러다 보니 여러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 핀 풀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그 곁에 나비와도 친해지고,
햇살의 따뜻함과 바람의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빠진 동그라미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빠진 조각을 자신의 몸에 맞추자 딱 들어맞았습니다
이 빠진 동그라미가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다른 동그라미들처럼 빠르게 구를 수 있어졌습니다
하지만 빨라진 만큼 모든 것이 동그라미 곁을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꽃도 나비도..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도 느낄 수 없어졌습니다
숨을 고르기 위해 동그라미는 길가에 멈춰 서서 생각합니다
천천히 구르던 시절의 여유로움을..
완전하지 못했을 때의 행복함을..
그리고는 어렵게 찾은 자신의 한 조각을 떼어 길가에 놓아둔 채
다시 이 빠진 동그라미가 되어 예전처럼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살다 보면..
갖지 못함에 의한 결핍과
그 결핍이 메워지기를 갈망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결핍과 갈망이
때로는 너무 오래 지속되어
우리의 마음을 함락시키고, 포기하게 만들 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아갈 힘을 주고,
결핍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통해 보다 나은 우리가 되게끔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마침내 결핍이 메워지고, 갈망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 이상은 모자라지도 바라지도 않게 될 것 같지만
메워지고, 이루어진 그 자리에서
또 다른 결핍과 갈망이 자라나
우리의 마음을 평온함을 느끼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런 결핍과 갈망의 반복 속에서
어릴 적 보았던 이 빠진 동그라미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다시 읽어 본 동그라미의 이야기는 이런 생각을 가져다 줍니다
조금 모자라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여유와 행복을 챙겨가는 삶을 살아야겠다고요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덜 가졌더라도
이전의 시절이 그리워 어렵게 찾은 자신의 조각을 내려놓은 동그라미처럼
어느 정도의 결핍과 갈망은 끌어안은 채
천천히 그리고 굴함 없이
나아가고 나아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이 빠진 동그라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