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를 찾다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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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주인공은 늘 비상구를 확인해 둡니다

여차하면 그 곳으로 몸을 피해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서 말이죠


늘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도 무언가에 쫓기며 살 때가 있습니다

한참 남은 것 같았는데 어느새 촉박해진 삶이라는 시간과

이미 충분히 짊어지고 있음에도 더 지어주려는 듯한 주위의 기대와

가지 못한 길보다는 걸어온 쪽의 길이 조금이라도 나아야 한다는 택함의 중압감이

우리를 맹렬하게 쫓아 올 때가요


그런 쫓김에 하루, 이틀 어쩌면 더 오랜 날들을 쫓기다 보면

현실에 사는 우리도 간혹 비상구를 찾게 되고는 합니다


다 내던지고
모두 내려놓고

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남겨진 이들의 걱정을 걱정하지 않은 채

오롯이 혼자인..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어서 말이죠


하지만 막상 비상구를 눈 앞에 두고도 다가갈 수 없는 이유는

어제보다 촉박해진 시간이, 어제보다 무거워진 기대와 선택을 짊어지고,

오늘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런 날에는

가장 가까이 자리한 현실 속 비상구를 찾아 봤으면 합니다


모두가 분주한 책상 앞에서 멈추어 있고

모두가 빠른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조금은 한가한 계단에 걸터앉아

조금은 더딘 계단의 속도로 오르내리며

다 내던지지는 못하더라도
모두 내려놓지는 못하더라도

누구도 쫓아오지 않고,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비상구에서

어깨 위의 짐을, 마음 안에 부담감을

잠시나마 내던지고
잠깐이나마 내려놓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물리적인 비상시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가끔은.. 때로는..

혹시나 하고 찾은 비상구가

홀로 찾은 비상구가

전혀 물리적이지는 않은

우리의 마음을..

당신의 힘듦을..

해소시켜 줄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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