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새싹

서운함이 소원해지면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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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사랑하는 해바라기가 있었습니다

이 해바라기는 동이 틀 때부터

저 멀리 산등성이로 해가 넘어갈 때까지

누구보다 열렬히, 누구보다 꼿꼿이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언젠가 해도 자신을 보아주리라 믿으면서요

그렇게 하루 하루가 흘러갔지만

바라보는 역할은 늘 해바라기의 몫이었습니다

해바라기는 지쳐갔고, 지쳐가는 만큼 시들어 갔습니다


유난히 노을이 짙던 어느 날,

해바라기의 고개가 힘없이 떨궈졌습니다

해는 여전히 하늘에 떠 있었지만

시든 해바라기는 더 이상 해를 향하지 않았습니다



서운함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이만큼이나 마음을 썼다는 걸

알아주기를, 뒤돌아 봐 주기를, 눈을 마주치고 고개 한 번만 끄덕여 주기를 바랐지만

그렇게는 흘러가지 않은 마음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 서운함이 하나 둘 쌓여갑니다

쌓이는 마음이 늘어갈수록 서운함은 무뎌져 갑니다


그렇게 서운함을 느끼던 어린 마음은

서운함에 점점 소원해져 가고..

서운함에 소원해져 버린 어른 마음은 결국,

더 이상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서운함을 느낀다는 건

아직은 당신 곁에 머물고 싶다는 이야기이겠지만

더 이상 서운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이제는 당신이 곁에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시든 해바라기가 더 이상 해를 향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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