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사가 존재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합니다
영구를 보면서 한껏 웃고 자란 이유도 있을 테고
명절에 찾아오던 미스터빈의 영향도 있을 테고
그래서 알게 된 찰리 채플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테고
힘든 시절을 도닥여 준 ‘달인’의 고마움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 준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슬랩스틱 코미디를 떠올리다 보면
모자를 가지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땅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려고 하면 모자가 계속 도망을 가죠
지금 보면 모자를 줍기 전에 발끝으로 차는 것이란 게 보이지만
어린 눈엔 모자가 정말 살아있는 것 같고
그 모자를 열심히 쫓는 코미디언의 모습이 참 즐겁게 비춰졌고요
그렇게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다
이 모자에 우리가 품고 사는 꿈을.. 대입해봅니다
늘.. 꿈을 쫓으며 사는.. 우리들이 아닐까 하고요
어릴 때는 참 즐겁게 쫓았는데..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반복과
잡히기 바로 직전에 발로 차버리는 눈속임을 깨달았지만
알면서도 줍기를 멈추기엔.. 나만 도퇴되는 기분이 드는..
그래서 다시 모자를 쫓으며 사는 것 같아 말입니다
분명.. 각고의 노력 끝에 모자를 주워 썼더라도
얼마 후면.. 조금 더 좋아 보이는 모자가 발 앞에 놓여져 있어서
다시금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게 되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쫓고 쫓다 보면
모자를 멋있게 눌러쓰고
한껏 뽐낼 수 있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