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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실 전화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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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2개, 성냥개비 2개, 실 조금..

어렸을 적.. 한 번 쯤 만들어서 한참을 가지고 놀았던 실 전화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입니다

실을 통해 소리가 전해진다기 보다는..

그만큼 가까이 붙어서 주고 받았기에 소통이 된 것 같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실 하나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살기가 편해지면서..

주위에서 흔히 보이던 이 실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엄밀하게는 유선의 무선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거나..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 있거나 되지 않으면 불안해져 옵니다


수시로 전화기를 확인하고

수시로 누군가에게 글자를 건넵니다

그러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슬퍼지기도..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보다 편해지기 위해 사라진 실들이..

기다림의 설렘과 연락의 반가움도 같이 사라지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인지

종이컵 2개, 성냥개비 2개, 실 조금.. 으로 만든

실 전화를 가지고 놀던 때가

내 실 전화를 받아주던 누군가가 곁에 있던 때가

그리운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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