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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정답 고르기​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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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왕이 무도회를 열었습니다
나라안의 미녀들이 다 모였고.. 왕을 호위 하던 한 병정이 지나가는 공주를 봤습니다
공주는 가장 아름다웠고.. 병정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어느 날 병정은 용기를 내어 공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공주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병정의 말에 감동을 받은 공주는 병정에게 말했습니다
100일 밤낮을 자신의 방 발코니 밑에서 기다려준다면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병정은 발코니 밑으로 내려갔고..

하루.. 이틀.. 열흘..
공주는 매일 밤 내려다 보았고, 병정은 기다렸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변함없이 기다렸고

새가 머리 위에 둥지를 틀고 벌이 쏘여도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90일이 지나자
병정은 전신이 마비되고 탈진상태에 이르러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참을 힘도.. 닦을 힘도.. 없었기에..
그 모습 역시도 공주는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99일이 되는 날.. 병정은 힘겹게 일어났고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떠나 버렸습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더 있을 것만 같은 이 이야기는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토토 역시 왜 99일째 날에 병정이 떠났는지를 되묻지만

알프레도도 이후의 이야기는 모르니

나중에 답을 알게 되면 자신에게도 알려달라고 토토를 다독이는 것으로

공주와 병정의 이야기는 마무리 됩니다


병정이 떠난 이유는.. 모릅니다

알프레도의 말처럼 영화를 본 각자가 찾아내야겠지요


우리네 삶에도 이처럼 답을 찾아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고른 답으로 인해 이후에 펼쳐질 일들이 기쁠 수도.. 슬플 수도.. 있기에

이 답을 고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진로의 문제에서 특히 그렇고..

사랑.. 우정..을 비롯한 삶에서 맺어지는 여러 관계 속에서도

예외 없이 답을 골라야 할 순간들이 찾아오며

작게는 오늘 어떤 옷을 입고.. 무얼 먹을지에 대한 소소한 답도 필요합니다


답을 재촉하는 주체인 문제에는 각각의 난이도가 존재하는데

그 난이도는 답을 생각하는 시간의 길이와 비례합니다

답을 생각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비교적 쉬운 문제이고

답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문제가 어렵고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정답이 존재하는 지식의 문제라면

문제보다 앞선 배움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답을 고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풀어야 할 삶의 문제는

답을 고르고 나야만 배울 수 있고

이렇다 할 정답 또한 존재하지 않기에

답을 고르기가 더 어려운가 봅니다


한창 지식을 쌓아가던 시절에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답을 모르는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에는

주어진 보기들 중에서 정답과 거리가 먼 것들부터 하나하나 지워내다

보기가 하나 남으면.. 그 번호를 답으로 써내는 식으로요


정~ 답을 고르기 어려운 삶의 문제를 만났을 때에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나란히 나열된 각각의 보기들에 내 모습을 담아보며

하나의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닌..

하나의 보기가 남을 때까지 나머지 보기들을 지워가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하나의 보기가 남으면

그 보기대로 열심히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먼 훗날..

약간의 후회와 함께 내가 선택한 보기가 그래도 정답이었다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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