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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네모난 꽃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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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네모난 꽃이 피어있습니다

주위에 함께 피어있는 꽃들의 화려함에 비해

투박하게 네모나기만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활짝 핀 주위의 꽃들 곁에는 언제나 나비 두 세 마리 씩 모여있는데

네모난 꽃에게는 오늘도 나비 한 마리 뿐입니다

이는 분명 자신이 화려하지 않은 네모난 꽃잎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네모난 꽃은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쓸모 없는 꿀을 다 내어주고서라도 화려한 꽃잎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뜬 어느 날..

네모난 꽃의 꽃잎이 화려하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가져보지 못했던 화려함에 한창 기뻐하고 있을 즈음

저 멀리서 나비 무리들이 날아옵니다

네모난 꽃은 그 어느 때보다 힘껏 고개를 들어 나비들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한 마리의 나비도 네모난 꽃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네모난 꽃은 그제서야 자신에게 꿀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살랑살랑 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네모난 꽃도 다시 눈을 뜹니다

자신의 꽃잎이 여전히 네모난 걸 보니.. 좀 전의 화려함은 꿈이었나 봅니다

어느새.. 나비 한 마리가 찾아와 네모난 꽃 위에 앉아있습니다

자신을 찾아와 준 나비에게 고마움을 담은 꿀을 내어주며..

네모난 꽃은 생각합니다


꽃에 나비가 찾아오는 이유는

화려한 꽃잎의 모습이 아닌

꽃이 지닌 달콤한 꿀 때문이라는 것과


자신을 찾아와주는 나비가 한 마리일 뿐이더라도

그 하나의 날갯짓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종종 바람에 실려 들려오던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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