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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새싹

라면 먹고 갈래?

by 어느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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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바람도 불던 어느 날..

스산하게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탓인지

마음도 허합니다 덩달아 배도 허한듯하여

빠르게 허한 배와 마음을 채워줄 라면봉지로 손을 뻗습니다


보글보글 물이 끓으면..

맛소금(MSG)맛 스프로 육수를 낸 뒤.. 면을 넣고.. 달걀도 하나 풀어 넣습니다

후~ 후~ 하고 적당히 불어 먹기 좋은 온도가 되면.. 냄비 뚜껑에 덜어서.. 호로록~


그렇게 끓이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 안에 국물까지 비워내고 나면

약간의 후회가 밀려옵니다


라면의 유혹을 조금만 참아냈더라면

먹더라도 면만 먹고 국물은 먹지 말았더라면.. 하고요


라면으로 시작된 얕은 후회가

~더라면의 조금 덜 얕은 후회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후회를 한다는 건..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기에 할 수 있는..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이 생각했던 만큼 마음에 차지 않아 해보는..

그래서 스스로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보려는..

그런 짧은 뒤돌아 봄..이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라면이 간편하게 음식이 되듯

~더라면의 후회도 생각보다는 가볍게 이루어지고

가벼운 지갑으로 달랠 수 있는 끼니가 라면이듯

비어있는 마음을 잠시나마 어를 수 있는 것이 ~더라면이라는 생각도 해보고요


라면이든.. ~더라면이든..

간편한 만큼 가지고 있는 영양은 덜 할 것이고

가벼운 만큼 삶의 추를 크게 기울이지는 못 할 것이기에..


라면 보다는 밥을..

~더라면 보다는 앞을 내다보자 라는 희망찬 다짐으로 생각을 마무리하며

후회의 여운을 남겨준 라면그릇을

지금 씻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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