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집니다
동화에서처럼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길어졌습니다
멈춰야 할 순간에 한 발을 더 내디뎠고
숙여야 할 순간에 한껏 뛰어 올랐으며
내려와야 할 순간에는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멈추고.. 숙이고.. 내려와야 할 때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기 싫어서..
앞서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게 강해 보이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습니다
잠깐의 갈채 후에 남겨진
길어진 코를 보고 나서야..
멈춰야 했음을..
숙여야 했음을..
내려와야 했음을..
순간의 자존심은 내세울 필요가 없는 것임을..
자존심과 소신은 같은 듯 다른 것이었음을..
다 지난 후에야 피노키오는 깨닫습니다
이런 피노키오의 코를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 세워야 하고
어느 때 세우지 않아야 하는지가
늘 고민스럽지만..
자신의 콧대를..
자신의 자존심만을 생각하다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과
곁에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