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넘어설 엄두도.. 그렇다고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는.. 그런 거대한 벽을요
멀리서 볼 때는 분명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 마주하고 보면.. 분명했던 생각은 희미해진 채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는 무력함만이 남아 있습니다
어릴 적에도 그랬습니다
온 세상 같았던 운동장 귀퉁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거대한 정글짐도 코흘리개 아이에겐 참 커다란 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그 벽을 올라섰고
올라 선 이후의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닌.. 아이의 튼튼한 성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
그렇게나 거대했던 정글짐이 지금은 그렇게 거대해 보이지 않습니다
온 세상 같았던 운동장도 지금은 그냥 동네 운동장일 뿐이고요
그렇게 느껴지는 데에는
살아오면서 더 큰 세상을 본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상대적으로 훌쩍 커버린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거대한 벽이 다시 눈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 벽을 당장 넘기에 무력함이 느껴진다는 건..
어린 시절 정글짐을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아직은 이 벽을 넘어 설 만큼 자라지 않았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벽을.. 벽들을..
당장은 넘지 못 하더라도
당장은 거대해 보이더라도
벽을 끼고 걷고 걷다 보면.. 살고 살다 보면..
어느새 한껏 자라 이 벽도 쉬이 넘을 수 있는 날이 찾아 오겠죠?
거대했던 정글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