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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깨비와 일편심

처음 꺼내 든 마음 하나

by 한조각

작년 생일, 아내에게 장도를 한 자루 선물 받았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라 2024년에 나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사실 뜬금없는 선물은 아니고, 내가 유튜브로 장도를 자주 찾아보는 모습을 보고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고 한다.


사실 그 시기의 나는 장도에 매료되어 있었다. 단순히 공예품으로서의 관심이라기 보다는 과거 맥가이버칼처럼 생필품으로 사용되어 왔던 역사적 맥락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모습에서 특별함을 느꼈다. 단순히 유리장 안의 전시용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부적처럼 항상 몸에 지니고, 필요할 때에는 주머니칼로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 것이다.


물론 이 장도를 만드신 장도장 이수자께서는 공예품이니 전시용도로 쓰는게 맞다 하셨다. 그런데 본인은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의미를 그리도 고집스럽게 지켜오시면서 정작 소비자가 전통적인 사용방법으로 장도를 쓰겠다 하니 말리는 모습이 괜시리 재미있게 느껴져서 더 악착같이 패용하고 다니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저 이수자분을 놀려먹겠다는 심정으로 이걸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광양장도의 검신에는 일편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흔들리지 않는 곧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2024년의 나는 여러 모로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건강이 불안정하게 되었고, 15년 가까이 한 업계에서 근무하며 6년간 열심히 근무하던 직장에서도 이제 슬슬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시기의 나에게는 일편심이 필요했다. 막연히 잘해보자는 의지가 아니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한 마음이 필요했다. 사회에 찌들어 정작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가족에게 소흘해지고 짐을 지우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소중히 대하겠다는 마음이 나의 일편심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기존의 잘 나가던 직장인에서 지금은 백수에 가까운, 작가 지망생이 되어 버렸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예전에 비하자면 아득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원하는 미래는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만 찾아오기 마련이다. 길을 찾을 때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일단 길을 선택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야 문을 넘어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도 일편심이 필요하다. 하기로 마음먹은 방향으로 올곧게 계속 나아가야 할 힘이 필요하다.



조금 유치하지만 이 녀석에게 이름도 붙여주었다. 장도깨비라고 한다. 우리나라 설화에는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이 오래되면 도깨비가 된다는 말이 있다. 수십 년이 흐르고, 언젠가 나를 김서방이라 불러줄 때까지 가지고 있어 볼 생각이다.


아직 이 녀석과의 추억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바보같이 공항에 가지고 들어가서 압수당할뻔 하기도 하고 집 안에서 칼집과 칼이 따로 굴러다닌다거나, 가방에 넣어뒀다가 꺼내려했는데 살짝 베이기도 해 보고... 벌써 별의별 일을 다 겪어서 이제야 어떻게 같이 지내야 하는지 감이 잡히고 있다.



일편심을 한자 그대로 풀어내면 "한 조각의 마음"이 된다.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입장에서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자 "한조각"을 필명으로 정했다.


앞으로도 나에게, 장도깨비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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