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포고에는 목표와 주적이 명확해야 한다

회로인간 1 - 변화편 #12

by 한조각

지금까지 우리는 신경가소성과 편도체가 우리의 회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2가지만 확실히 기억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편도체는 생존본능을 일깨워,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익숙한 회로 안에 가둔다.
신경가소성을 그대로 두면 본인이 자주 경험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게 하여, 지금의 회로를 습관처럼 굳어지도록 만든다.


신경가소성과 편도체는 생존적인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한 도구지만, 우리를 회로 안에 가둬서 의지에 의한 변화가 어렵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변화하고자 하는 우리는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이든 모르는 것에 대한 대처가 가장 어렵다.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해도 원리를 파악하고 나면 어떻게든 대처할 방법이 생겨난다. 지금까지 나눠왔던 지식들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나눌 실천방안을 살펴보도록 하자.



목표는 회로를 변화시키는 것


이쯤에서 우리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자 한다. 변화하고자 한다면 내가 원하는 선택을 자주 반복해서 경험을 쌓고, 나중에는 그 선택이 편안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신경가소성을 이용해 회로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나에게 정착시켜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변화에 의한 실질적인 보상은 변화가 몸에 정착된 이후에야 찾아온다. 다이어트로 예를 들자면, 목표 체중까지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안된다. 목표 체중으로 향하는 생활습관을 반복하고, 그 습관이 몸에 배어서 편안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래야 요요를 걱정하며 마음 졸이는 생활이 아니라 감량 이후의 평온한 일상을 얻을 수 있다.


키보드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보자. 30개가 넘는 자판배열을 모두 외우고 손가락에 익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은 키보드에 익숙해져서 무의식적으로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상상을 해 보면, 키보드에 익숙해진 뒤에 삶의 방식과 인식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변화를 체감하고 변화로 인한 보상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그것이 신경가소성을 촉진시켜서 익숙한 일이 되어 일상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정말로 회로가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변화의 최종 목표는 금연 몇 년차, 체중 몇 kg과 같은 숫자가 아니라 ‘내 회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주적을 명확히 하자 : 편도체와의 전쟁 선포


목표 다음에는 경계대상을 명확히 하도록 하자.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의 주적은 편도체다. 사실상의 메인빌런 위치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 살펴봤듯이 편도체는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모든 외부 정보를 비관적으로 선별하여 회로의 변화를 막는다.


“어차피 안 될 꺼야”, “해도 의미 없을거야” 같은 마음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당신에게 편도체가 보내는 경고음이라고 봐도 된다.


편도체 입장의 불확실성은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모든 것들이다. 예를 들면 항상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먹다가 점심을 굶어서 배고픔을 느낀다면, 편도체는 당신에게 밥을 먹어서 기존과 같이 배고프지 않은 상태가 되라고 신호를 준다.


이런 식의 불확실성을 배제하려는 반응은 평소에 당연하다고 확신하면서 살아온 선택일수록 더 강하게 작용한다. 커피, 담배, 술과 같은 기호적 취향에서부터 정치성향이나 종교관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앞서 말했듯이, 편도체의 힘을 의지만으로 넘어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편도체와 정면으로 맞붙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뤄내는 방향이 합리적이다. 지금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주된 원인이 편도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앞으로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