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달물질 이야기 (3/3)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두 가지 강력한 동력을 살펴보았다. 옥시토신은 ‘우리’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우리를 결속시키지만 그만큼 배타적인 벽을 세우고, 도파민은 성취와 비교우위를 향해 우리를 끊임없이 달리게 만들지만 결국 갈증의 늪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사랑하느라 미워하고, 이기느라 공허해진 현대인의 초상은 이 두 물질이 만드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 질주와 결속의 피로감 속에서, 100년 가까운 세월을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 몸이 준비해둔 마지막 카드는 바로 세로토닌이다.
도파민이 ‘가속 페달’이고 옥시토신이 ‘연료’라면, 세로토닌은 차가 뒤집히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이다. 도파민은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어야 하고(Becoming) 어딘가에 도달해야만 행복을 허락한다. 반면 세로토닌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각, 즉 존재함(Being) 그 자체에 집중한다.
세로토닌은 도파민의 과도한 흥분과 옥시토신의 과도한 집착을 조절하는 조율사다. 재미있는 점은 세로토닌이 아주 사소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따스한 햇볕을 쬐며 걷는 산책, 일정하게 반복되는 호흡, 음식을 천천히 씹는 행위처럼 거창한 보상도 타인의 인정도 필요 없는 행동들이 뇌의 세로토닌을 깨운다. 이것은 뇌가 우리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평온’의 영역이다.
세로토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나’라는 정체성을 세상 속에 고정시키는 것이다. 도파민적 즐거움은 내가 잘나야 가치가 있고, 옥시토신적 즐거움은 내가 어딘가에 속해야 가치가 생기지만, 세로토닌적 즐거움은 오직 ‘내가 나로서 나의 경험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에서 온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는 길가에서 주운 평범한 조약돌 하나를 소중히 간직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누군가는 휴일마다 정해진 카페에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는 루틴을 고수한다. 남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이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행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이유 없는 행동’이야말로 세로토닌적 삶의 핵심이다.
이 물건을 챙기고,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누구의 강요도, 사회적 의무도 아니다. 오직 ‘내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것이다. 외부의 보상이나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이 사소한 통제권이, 폭풍 같은 세상 속에서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닻이 된다.
하지만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듯, 세로토닌 역시 과잉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세로토닌이 주는 ‘이유 없는 고집’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독선이나 아집이 된다.
나만의 규칙과 루틴이 너무나 견고해져서 그것이 깨질 때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되면, 평온을 위해 만든 도구가 오히려 나를 가두는 ‘강박’의 감옥이 된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사회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할 때,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고립된 섬이 되어버린다. 결국 세로토닌 역시 도파민의 논리적 브레이크와 옥시토신의 공감 능력이 함께 작용할 때 비로소 건강한 자존감으로 기능할 수 있다.
결국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이 세 물질이 만드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도파민으로 나아가고, 옥시토신으로 연결되며, 세로토닌으로 머무르는 동적 균형의 상태 말이다. 이 셋의 관계를 비유하자면 자전거의 3가지 핵심 부품으로 말해볼 수 있겠다.
페달(도파민): 앞으로 나아가려는 추진력이다. 우리가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디딜 때 뇌는 도파민이라는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페달만 너무 빨리 밟으면 체인이 감당하지 못하거나 자전거가 전복될 수 있다.
체인(옥시토신): 추진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연결고리다. '나'라는 페달의 움직임을 '우리'라는 사회적 바퀴로 이어주는 유대감의 힘이다. 체인이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기 쉽고(배타성), 너무 느슨하면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헛돌게 된다(고립).
안장(세로토닌): 흔들리는 길 위에서 중심을 잡게 하는 지지대다. 내가 나로서 평온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안장이 안정되어야 페달(성취)을 밟을 때 힘이 분산되지 않고, 체인(관계)의 떨림에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자전거의 어느 한 부품만 좋다고 해서 잘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페달의 동력, 체인의 연결, 그리고 안장의 안정감이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이라는 긴 여정을 무너지지 않고 완주할 수 있다.
자전거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은 자전거가 멈췄을 때 당황하며 끌고 가야 하지만, 구조를 아는 사람은 멈춰 서서 어디가 문제인지 살필 수 있다. 페달이 너무 무거운지, 체인이 빠졌는지, 아니면 안장이 흔들리는지 말이다. 도구는 이미 당신의 뇌 안에 있다. 단지 그 이름과 용도를 몰랐을 뿐이다. 이 세 가지 도구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막연한 감정의 파도 속에서 자기 삶의 주권을 지키는 항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