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께 제안서를 만들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by 원폴

“대표님, 회사의 비전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결국에는 만들게 되었다.


주말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쉬고만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번 주말은

‘지금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황금 같은 주말,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운영 체계에

대한 제안서를 정성스럽게 만들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2014년,
대표님과 친구 한 분이 함께
겨울철 동파된 배관을 해빙하는 공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이후 많은 분들이 회사를 거쳐 갔고,
5년 전에는 대표님의 또 다른 친구 한 분이 합류해
한동안 세 명이서 회사를 이끌어 오셨다.


3년 전 내가 입사했고,
내 소개로 친한 친구도 함께하게 되었으며,
김 팀장님과 주 매니저님이 합류했다.


지금은 초창기부터 함께하셨던
두 분의 팀장님은 퇴사하셨고,
현재는 빌딩 관리 직원 4명을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팀장의 역할이 막중한 구조가 되었다.


예전에는 대표님이 직접 하시던 일들이었지만,
인원이 늘고 사업이 확장되면서
그 업무들이 자연스럽게 팀장에게 넘어왔다.


제안서를 만들며 정리해 보니
우리는 하루 평균
육체노동만 약 10시간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이 끝난 후에도
보고서, 견적서, 고지서, 공사 계획서,
공사 완료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야간 업무가 일상이었다.


결국 하루
12시간 이상을 회사 업무에

쏟는 구조가 되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팀장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같은 속도로 소모되고 있었다.

이제 이 회사에는
그 규모에 맞는 부서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세 개의 부서 체계다.

서무 부서

빌딩 관리 부서

현장 공사 관리 부서


지금 우리가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구조를

분리해 정리하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오늘,
그 제안서를 직원들과 대표님께

보고하는 날이다.


솔직히 아무 변화도 없을 수 있다.
대표님 입장에서는
“지금도 이상 없이 잘 유지되고 있는데?”
라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점들을
대표님과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 회사에 오기 전,
나는 군과 경찰 조직에 있었다.


그곳은 정말
잘 짜인 조직의 표본 같은 곳이었다.


그런 조직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불만을 갖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부분은
불만을 견디거나,
부서를 옮기거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으며
외부 환경이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문제점과 비효율을 발견했다면
그 문제와 함께
해결 가능한 방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는 것.


제안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그때 가서 다른 해결책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


나는 실제로
이러한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왔고,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해 왔다.

물론, 그저 해결책만으로

변화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에 대한 태도,
업무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바탕으로


문제점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담은 제안서가 있기에

변화가 가능했다고 믿는다.

오늘 이 제안서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번에도 도망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주말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