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뜨끈하게 말아주는 국내산 어벤져
지난달 말 범죄도시 3편이 개봉했다. 2편 개봉 후 고작 1년 만이다.
나는 작년 범죄도시2로 처음 이 시리즈를 접했다.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갔던 영화가 기대보다 훨씬 재밌어서 놀라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마석도(마동석)가 한 번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극장 가득 천둥소리가 났고 그가 뱉는 대사들은 예상치 못하게 옆구리를 푹 찌르는 듯한 웃음코드가 있었다.
그래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첫 번째 범죄도시도 보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하얼빈의 장첸이 누군지도 몰랐다. 홍콩 배우 장첸이 나온다는 줄 알고 놀라워하다가 앞에 앉은 친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범죄도시 1편은 2편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웃긴 장면이 현저히 적었고 마석도 캐릭터도 많은 변화를 거쳐 2편의 모습이 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수호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일어난 범죄에도 망설임 없이 개입하던 정의로운 성주신과 같던 그가 룸싸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8편까지 계획하고 있다던 범죄도시 시리즈의 초반에서 이런 문제의 개선 여지가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마석도가 변신을 꾀한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1편에서보다 2편에서 훨씬 강력해졌다. 3편 내내 반복되고 있는 '싹 쓸어버린다'는 카피에서 이 시리즈의 제작의도를 엿볼 수 있듯, 마석도는 어떤 빌런이든 시원하게 쓸어버린다. 하지만 장첸과의 마지막 싸움에선 최후의 묵직한 한 방을 날리기 전까지 제법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2편의 강해상은 마체테를 들고 있는데도 마석도는 접근에 전혀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마동석이 이터널스(2021)에서 길가메시로 출연한 후 전 작품에서보다 덜 강해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무기가 맨몸의 그를 방해할 수 없는 것은 빌런 리키가 장검을 들고 맞선 3편에서도 마찬가지다.
3편 역시 사람들이 범죄도시를 보러 영화관에 올 때 기대하는 점을 잘 표현했다. 마석도가 일타에 사람을 기절시킬 때마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면서도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로 마석도를 들이받거나 떼로 달려들어 그를 고전케 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관객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다. 역시나 마지막에는 최종 빌런을 기절시키고 한 발 늦은 동료들을 뒤로하고 혼자 터벅터벅 어디론가 가버린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악역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푸짐한 액션신으로 시리즈의 시그니처 메뉴는 보장되었지만, 액션에 치중해서인지 대사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2편을 보고 너무 웃겨서 범죄도시를 좋아하게 된 만큼 이번 편에서도 기대가 높았는데 전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이번 영화는 세 편 중 딱 중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쿠키 영상에서 2편의 개그 주역이었던 장이수가 재등장한 만큼 4편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역대 최강의 빌런이 될 거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만큼 마석도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또한 마석도의 동료 형사 역으로 이주빈이 캐스팅되었다. 범죄도시에서 여성 캐릭터가 다양해지면 더 재미있겠다고 아쉬워하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범죄도시는 이제 한국산 히어로물이나 다름없다. 마석도는 괴물형사지만 정의로운 데다 빈틈이 있어 웃기고 귀엽기까지 한 인물이다. 3편까지 보고 만족한 사람은 앞으로도 범죄도시가 개봉하면 극장으로 갈 것이다. 할리우드에도 훌륭한 액션신을 보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범죄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비우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시대다. 애초에 짙은 폭력성이 주는 쾌감을 주 무기로 삼은 영화니만큼 고민거리나 교훈은 딱히 주지 않는다. 가볍지만 절대악과 같은 범죄자를 주먹으로 단죄하는 통쾌함이 있어 시원하다. 그것이 범죄도시2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객수 1200만을 가뿐히 넘고 3편도 천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