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May 27. 2019

여행으로 알게 된 나의 취향

내게 완벽한 날씨

나에게는 추운 날이나, 햇볕이 없고 습기 찬 날에 생각나는 곳이 있다.


하와이.


신혼여행으로 한 번밖에 간 적 없고 나흘 이상 머문 적도 없지만 고향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곳. 왜 그런 느낌이 들었냐면 햇살 때문이다.


나는 여행에 목마른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 졸업만 하면 혼자서 세계여행을 해야지 생각했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자 운이 좋게 학과 특성상 친구들과 한 달간 유럽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는 나는 그게 내가 원하던 걸 이루는 한걸음이 되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나는 여행에서 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었다.


짐, 계획

짐을 너무 많이 가져갔다. 엄밀히 말하면 짐을 싸는 법을 몰랐다. 한 달간 머물 거니까 그냥 짐을 다 넣었다. 화장품들도 병째로 넣었었고 옷도 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겠지 싶어서 옷장 옷을 거의 다 가져갔었다. 내게 어떤 물건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개념이 없던 시절의 나는 트렁크를 가장 큰 사이즈를 구입해서 유럽으로 떠났다.


그전까지 제대로 된 세계여행을 간 적이 없었던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1주일의 여행도 아닌 한 달간의 여행에서 무리를 했다. 무리라기보다 허튼짓을 했다.


나의 저질 체력

나는 여행에서 내가 어떤 게 가장 힘들지 잘 몰랐다. 밥을 삼시세끼 맛있는 걸 못 먹는 게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물론 그건 중요하다)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그리고 발이 편한 신발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유럽여행에 다녀와서부터 나는 발이 편한 예쁜 운동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여행에서 매일 새로운 옷을 입으며 기분 좋게 여행 다닐 생각으로 가져간 옷에 비해 신발은 가느다란 끈이 달린 예쁜 샌들 2개 정도만 가져간 게 화근이었다. 내가 체력이 저질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불편한 샌들을 신고 다녔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내 저질 체력 때문에 나는 내가 어쩌면 여행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마저 들었다.


여행기간

유럽에서의 한 달간 항상 신나고 자극받고 좋을 줄 알았는데 유럽에 간지 2주가 되자 나는 집에 가고 싶었다. 집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새로운 자극들이 많아서 소화시키기 힘들어서였다. 저질체력에 이어서 문화 소화력(?)도 저질이었나 보다.


나에게는 항상 새로운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 가끔 오는 새로운 자극이 더 좋았던 거다. 그래서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공간

나 포함 넷이서 간 유럽여행에서 항상 둘이서 한방이거나 넷이서 한방인 곳에 묵었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 현지에서 개인방으로 바꿔준다고 하길래 뭐 새롭고 좋겠다 싶어 호텔의 호의를 덥석 받아들였다. 그 날 우리는 각자 여유를 가지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 날 이후 다시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다시 떠날 힘과 여유가 생겼고 남은 여정을 더욱 즐겁게 보냈었다.


여행하는 기간 내내 휴식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구나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여행만 떠나면 다 해결될 것만 같고 여행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떠나고 나서야 진정한 나의 취향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