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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May 21. 2021

뇌세포로부터 배우는 인생 지혜

내가 배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

나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많았고 지금도 물론 그 호기심이 가시질 않는 거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호기심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그러다 보니 궁금한 것에 대해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전문가, 책, 정보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너무 많아서 사실 어지러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그런 정보를 하나하나 제대로 검증하려는 시도는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우리는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가 뭔지 구별해낼 힘을 조금씩 잃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어려운 정보를 쉽게 풀어주는 전문가, 최신 정보면서 신뢰성 있는 내용을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중에게 전해주는 이들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도나 잭슨 나카자와의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가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대중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정보가 대중에게 별 어려움 없이 도착하기를 바란다는 건 무리가 있다. 정보 소비자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고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정보를 구별하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지식의 반감기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전문가라고 믿는 이들이 정말 진짜 전문가인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우리의 몫이 된다. 그렇기에 영어를 잘한다면 최신 정보를 더욱 발 빠르게 내가 직접 찾아낼 수도 있다. 누군가가 자르고 더하고 자기 입맛대로 재편집한 내용 말고 날 것의 정보를 말이다.  


만약 대중과 최신 연구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려는 저자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것을 쉽게 풀어쓰고 알려주고 자기 나름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의 기록이 누구에게나 발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microglia(미세 아교세포)라는 존재가 있었는지도 나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체에 대한 이해를 하면 할수록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양면, 균형, trade-off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화하고 일반화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00프로 완전한 악인도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100프로 완전히 천사 같은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쓸모없어 보이던 존재, 관심 밖 존재였던 microglia가 우리 뇌에서 신체의 백혈구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과학 연구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자신이 믿어왔던 것이 산산조각 나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을까? 아니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전율이 일었을까?


모든 것은 양면이 있음을 항상 인지해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관심 없던 쓸모없어 보였던 요소에서 사실은 내가 원하던 답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정답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도 과하면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건강, 불안, 인생

나에게 건강은 그저 오래 잘 살기 위한 것 이상의 개념이다. 건강을 잃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것이고(자아실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이며(인간관계), 치료를 하는 동안 겪게 될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인 손해에 대한 두려움(불안감)까지 포함된 아주 커다랗고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의 건강은 물론, 알츠하이머, 노화, 아이들의 먹거리, 운동, 수면,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넓게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나의 호기심은 이 많은 것들을 해결한 단 하나의 답을 구하고 있었다.


2012년에 microglia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과학계는 뒤집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과학계가 뒤집어지고 있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실을 아직 모르는 의사도 많을지도 모르겠다. microglia가 활동하는 영상을 보다 보면 이 작은 뇌세포가 얼마나 부지런한 세포인지 알게 된다. 괜히 microglia를 housekeeper라고 저자가 표현한 게 아니구나를 알게 된다. 참 부지런하게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서 바쁘게 활동을 한다. Microglia는 백혈구가 우리 몸을 지켜주듯 뇌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백혈구가 우리 몸에서 만능 방위군 역할을 하듯 미세아교세포도 대체로는 뇌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뇌에 있으면 안 되는 것들 —그러니까 과잉 분비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든지 바이러스, 유해화학성분, 알레르기 유발 물질 같은 것들—을 감지하면 미세아교세포가 종종 지나치게 엄격해진다. 한껏 날이 선 미세아교세포는 발에 채는 근처의 시냅스란 시냅스를 앞뒤 가리지 않고 쳐내고 만다. -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중에서


Microglia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워커홀릭의 현대인이 떠올랐다. 바쁘게 살고 있는데 수면 부채(sleep debt)에 시달리고 불안감과 온갖 우울증의 위험에 노출되면서도 밝게 행복한 척 살아가는 현대인 말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점점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더욱 바쁘게 살아간다. 행복을 위해서.


지금까지는 너무 미세아교세포의 어두운 면만 다룬 것 같다. 하지만 이 꼬꼬마 세포에게는 밝은 면도 있다. 뇌가 항상성 상태에 있을 때, 그러니까 미세아교세포가 과민해지기 전에는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친다. 건강한 뇌에게 미세아교세포는 필요해 보인다 싶으면 적재적소에 자양분을 분비한다. 이 자양분은 뉴런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시냅스가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데 알차게 쓰인다. 그뿐만 아니다. 미세아교세포는 신경보호물질을 분비해 다친 뉴런의 회복도 돕는다. -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중에서


현대인이 자기 control를 잃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파괴를 시작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힘을 발휘하는 인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협동하는 힘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그 힘을 우리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걸 모르고 조절 능력을 외부에 놓아버리는 것뿐이다.


우리가 우울증에 대해 대처해왔던 기존 방식이 쓸모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울증에 대해 단순히 일에 대한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문제로만 보고 상담, 명상, 약 처방 등으로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뇌 속의 작은 뇌세포가 우리의 정신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모르던 사람이라면 한 두 가지 방법만 해보고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블루 드림스>를 보고 정신과 약의 진실을 알게 되었듯이 알면 알수록 우리가 몰랐을 때 한 선택이 가져오는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이걸 보고 삶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돈이라고 생각한다. 돈 문제만 해결하면 그 모든 게 해결된다고 보고 그것만 바라보고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학계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다가 알게 된 microglia의 새로운 역할처럼, 우리 삶에도 관심을 쏟지 않고 놓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는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걸 나는 삶에서의 루틴이라고 생각한다. 기록과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매일 7~8시간의 양질의 수면과 매일 달리기,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여유 시간 확보라고 생각한다. 그 무엇 하나도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작은 뇌세포를 통해 인생 전반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지만 다독을 한다는 것은 곱하기다. 그게 쌓일수록 엄청난 연결고리와 함께 세상을 보는 시야를 폭발적으로 넓혀준다.


그렇기에 나는 이 모든 배움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배움은 인간의 가장 궁극의 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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