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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29. 2018

시간을 벌기 위한 방법

집안일을 단순화시키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청소가 즐거운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밥을 먹으면 설거지는 기본이고 밥을 먹으려면 요리를 해야 하고 요리를 하려면 식재료를 손질해야 하니 말이다. 장을 본다고 해도 그냥저냥 신나게 지르기만 하면 되는 쇼핑과는 다르다.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다 파악이 되어있어야 하고 냉장고 안 재료들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 요리를 하기 위해 약간 부족한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 신중함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집밥을 해 먹을 때 이 모든 과정을 마조앤새디 작가는 테트리스하는 것과도 같다고 표현했었고 그에 대해 나는 엄청나게 공감을 했었다.


요새는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준다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빨래라고 무조건 다 세탁기에 처박아서 돌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옷 관리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새 옷만 사제끼겠다는 사람일 것이다. 내 돈 주고 마음에 드는 옷을 샀는데 관리를 잘 못해서 늘어나거나 얼룩이 안 빠진다거나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거야말로 돈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옷은 빨래망에 넣어야 하고 어떤 건 손빨래로 조물조물해서 얼룩을 제거한 다음에 세탁기에 넣는다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삶아서 따로 빨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니 말이다. 우리 집에는 건조기가 없긴 하지만 건조기가 있다 하더라도 다 된 빨래를 개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사람마다 덜 싫어하는 집안일이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청소기를 돌리는 일은 그나마 재미난 편(?)에 속한다. 하루에도 2번 이상은 돌리게 되는데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있다. 먼지나 머리카락들을 잡아먹는 헥맨같은 게임이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청소기 돌리기도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쨌든 하루라도 안 하면 집안이 쾌적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화장실, 욕실 청소는 정말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다. 물때 청소만큼 기운이 빠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은 덜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사실 내가 그나마 덜 싫어하는 집안일을 하고 배우자에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을 부탁할 수도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부탁하는 것도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냥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왜 모르는 걸까. 하지만 나의 배우자는 '알아서'의 의미를 잘 모른다. 항상 '시키면 할게'라고 한다. 후우. 이건 집안일을 '돕는다'는 관점에서 인식하고 있어서 그런가. 답답하다.


항상 쾌적한 카페 같으면서 호텔 같은 공간에서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싶었다. 호텔처럼 깨끗하고 카페처럼 영감이 뿜 뿜 솟아나는 공간을 유지하려면 내가 매일 부지런히 청소를 해야 하는데 청소를 하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르는 사람 따로 있는 경우 한쪽이 매우 피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1주일에 한 번 대청소를 하는 건 더 피곤할뿐더러 그 날이 오기 전까지 집안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게 싫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부탁하지 않으면서 집안 정리가 쉬운 방법. 그리고 아주 적은 시간을 할애해서 후딱 할 수 있는 방법. 나의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아야 한다는 게 관건이었다.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 희생해주신 우리 엄마처럼은 평생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도 나 나름의 경제활동도 해야 하고 내 자유시간도 필요하고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다고들 하지만 난 그 모든 걸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동선

우선 집안일을 최소화하려면 동선이 짧아야 한다. 설거지를 할 때, 요리를 할 때, 청소를 할 때, 빨래를 할 때 등등 모든 일을 할 때 동선에 대한 나의 레이더를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설거지를 하다가 '아, 이걸 가지러 일어나야 하네'라든지 약간의 불편함이나 짜증이 느껴진다면 메모를 해두어야 한다. 그 '약간의 짜증'이 최선의 동선을 만들 수 있는 열쇠니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집안일을 하면 안 된다. 아이언맨이 인공지능 조수를 두고 작업에 몰입해있을 때 마냥 아주 기분 좋게 손이 착착착 움직이고 주저함이 없이 일이 순식간에 끝나야 한다. 그러기 위한 나만의 동선을 짜고 항상 업데이트해야 한다. 아이폰 OS도 그렇게 자주 업데이트되는데 나의 집안일 동선이라고 업데이트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의 상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더더! 최선이 있다고 생각하며 발전시켜야 한다. 집안일인데 뭐 그렇게까지 하냐고? 나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면적과 물건

가족 구성원이 몇 명이면 방이 꼭 몇 개여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것은 없다. 물론 개인 공간이 필요한 사춘기 아이가 있다면 고민할 법도 하지만 집값이 뭐 장난인가. 방하나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대출 때문에 허리 휘는 걸 택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안쓰면서 방안에 '모셔두고'있는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값이 그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만큼의 값어치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어떤 가전제품도 그걸 넘어서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물건을 모셔두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은행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거 너무나도 이상하지 않은가. 근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 이상함을 못 느끼며 집이 좁다라고만 불평하면서.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있지만 진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유행이라고 따르는 게 아니라 많은 물건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껴본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물건을 줄이며 내가 좋아하는 물건에만 둘러싸인 멋진 공간에서 생활할 때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물건을 줄이면 집이 넓어지고 집이 넓어지면 더 큰 집에 이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데 그렇다면 돈을 세이브한 것이 된다. 그 말은 돈을 번 것과도 같다는 얘기!


루틴

매일매일 해야 하는 것 같은 일 중에서도 어떤 일은 일주일에 몇 번으로 줄일 수도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요일을 정해서 이 날은 이걸 하는 날이라는 식으로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시간을 정해서 오후 몇 시 이후부터는 이 일은 하지 않는다와 같은 약속을 정해놓는 것이다. 항상 넘쳐나고 끊이지 않는 집안일에도 문 닫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참여

나는 아이 장난감 정리를 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맡긴 게 아니라 아이에게 맡긴다.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 시작한 15개월부터 그게 가능했던 것 같다.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해서 장난감을 많이 두지도 않지만 그나마 있는 책이나 블록들을 정리하는 것도 놀이처럼 아이에게 하도록 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게 가능한지 몰랐는데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은 제자리~'라며 노래를 불려주면서 아이에게 정리를 하도록 하는 걸 보고 집에서도 그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자리에 놓는 것까지가 놀이의 연장이라고 하고 재미 붙일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정리를 안 하려고 하면 그날은 그 채로 놔둔다. 장난감 정리까지 하느라 내 체력을 뺏고 싶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아이에게 정리 안 한다고 짜증 낼 수도 있는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아이가 정리할 수 있을 만큼의 장난감만 구비하고 있다. 되도록 물건을 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아이 선물을 고르려고 한다.


남편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데 내가 시키거나 부탁하기보다는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약간 미안한지 움직여주는 것 같다. 제일 고수는 기분 나쁘지 않게 남편에게 애교 섞인 부탁을 하는 것이라는데 내가 그런 걸 잘 못하기도 하고 왜 다 큰 성인이 둘이 가정을 이루며 사는데 집안일을 할 때 내가 '부탁'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에게 습관화시키면 남편도 따라오겠지 하고 있다. 다 큰 어른의 습관을 바꾸기란 참 힘들다. 이게 가장 힘든 일 같다....


즐기기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즐거우려면 집안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에 애착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잘 모르지만 자기가 아끼는 자동차면 힘든 줄도 모르고 매일 세차하며 반질반질 윤기 나게 관리하지 않나. 그릇이 예쁘고 정돈되어있는 모습이 뿌듯하면 그걸 정리하는 시간이 나의 힐링 시간이 될 테니까 나 역시 그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집을 꾸미고 있다.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다. 그 진행과정도 즐긴다면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우리 집의 CEO이고 내 시간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도록 매니징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집이 나의 작업실이고 나의 편안한 보금자리이고 내 영감의 원천이기를 꿈꾸며 나는 계속 우리 집 가꾸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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