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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29. 2018

너무 많은 정보와 이별하기로 했습니다

내 시간을 잡아먹는 정보 홍수

고백하자면 나는 쇼핑을 하는 건 좋아하지만 쇼핑하기 위해 좋은 물건을 찾기까지 물건을 비교하며 따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좋은 제품을 찾았다 싶으면 거의 질릴 때까지 그 물건만 산다.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비교하는 시간이 피곤해서다.


남편은 할인된 가격의 제품을 찾는데 고수다.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남편이 고수로 느껴진다. 나는 할인된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용품같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야 하는 것들은 그냥 남편한테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해달라고 부탁한다.


요즘처럼 비교해서 더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정말 행복한 것일 테지만 나에게는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우리는 기술발전으로 많은 이득을 누렸지만 그와 동시에 옛날보다 나의 시간을 다른 곳에 많이 빼앗기고 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해라는 말은 현대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일 것이다. 옛날보다 더 편해졌을 텐데 왜 시간이 없어졌을까. 우리의 시간은 어디로 달아나버린 걸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너무 많은 정보에 눌려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는 걸 알았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덜어내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폰을 잡으면 메인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뉴스와 날씨와 미세먼지, 그리고 소소한 정보들을 소비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의도적으로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보았다.


의외로 너무나도 힘들었다. 화장실 가서 뒤를 안 닦고 나온 마냥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고 하루의 끝에는 포털사이트 앱을 찾고 있는 내 손가락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금단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틀에 한 번 또는 3일에 한 번만 포털사이트에 들어가기로 나와 약속을 했다.


절대로 안 보겠다고 했을 때보다는 힘든 게 덜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사를 안 본 날은 무척이나 대단한 일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다음 날은 전날의 스트레스를 푸는 의식을 하듯이 신나서 여러 기사와 정보들을 소비하고 있었다. 사실 하루라도 거르면 세상에 뒤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매일 뉴스 기사를 의무감으로 확인했었는데 하루 건너 씩 뉴스를 몰라도 나의 정보력에는 별로 이상이 없었다. 기사를 안 보는 날을 하루에서 이틀, 삼일로 늘려 보니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나는 불안했었다. 하루라도 쏟아지는 정보들을 소비하지 않으면 점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은 정보 과잉으로 체한 상태였고 그 정보들을 소화시켜 내 것으로도 못 만들고 있었던 건데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리에 수많은 정보들을 쑤셔 넣고 있었다.


그동안 느꼈던 피로감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짧게 핵심만 요약해서 쓰는 게 길게 쓰는 것보다도 어렵듯이 내 삶의 시간에서 불필요했던 것들을 쳐내는 작업을 쉽진 않겠지만 해야겠다. 집에 있는 짐만 줄이는 게 아니라 내 머리 속도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했던 거다.


이제 쏟아지는 정보들을 다 소화시키려는 욕심은 버리고 과잉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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