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랑의 의미를 가르쳐준 통증
만성통증은 현대인의 대표적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손목통증이나 거북목 증상, 허리 통증, 두통, 여성의 경우 생리 전 증후군과 극심한 생리통 등 다양하다. 아픈 곳이 전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현대인이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고통은 피하고만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만 피하기 전에 '고통'이란 대체 뭔지를 알아야 그 고통이라는 녀석을 정복할 수 있다는 걸 몬티 라이언의 <고통의 비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콧줄 낀 부자 노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프지 않고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통증의 이해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통증과 사랑이라니 이 무슨 조합이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이 책은 너무 고마운 책이 된 셈이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2가지 통증이 존재했다. 하나는 허리 통증이었고 하나는 생리통을 포함한 생리 전 증후군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기 힘들었다. 이런저런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부모님 등골 휘게 만든 걸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도 속상하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 당장 운동을 하라고 말이다! 내 허리 통증이 사라진 건 내가 허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부터였다. 허리가 휜 것은 자세가 나빠서라는 것만 말해주는 의사들만 있었지만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서 척추를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은 내 주위에 단 한 명도 없었다. 훗날에 여기저기에서 찾아본 정보로 누워서 하는 운동을 매일 100번씩 했다. 서서 허리를 구부리면 오른쪽 허리 근육과 왼쪽 허리 근육의 높이 차이가 극심했는데 그 운동을 한지 몇 개월이 지나니 허리를 구부렸을 때 높이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어 돈을 안 들이고도 내 허리 통증을 없앨 수 있었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을 때는 고통에 대한 접근 또한 달라진다는 걸 느낀다.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던 중고등학생 때는 생리통으로 거의 양호실에서 요양 다니듯 지냈다. 왜 어떤 친구들은 생리통이 참을만하다는데 나는 이렇게 미친 듯이 고통스러운 걸까, 나는 왜 몸이 약하게 태어난 걸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생리 전 증후군과 생리통이 평소에 심했다 보니 출산 전 진통을 내가 잘 참는 걸 보고 의사 선생님이 놀라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과거의 나를 괴롭혔던 생리통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숙면과 건강한 식단, 특히 '운동'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통증이 줄지 않는 원인이 스트레스 해소의 방식을 운동으로 선택하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에는 옛날보다 운동의 종류가 많아지긴 했다. 요가, 필라테스, 헬스 트레이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의 비중이 크게 늘었고 요즘만큼 러닝이 보편화된 적도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멀다고 느낀다.
여성들이 겪는 어떤 통증은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있다는 부분도 충격이다. 발기 부전은 월경 전증후군보다 5배 이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다니!(p.193~194) 이것 또한 정말 충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거나 그 사실을 알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중요한 점은 부당함이 통증과 관련이 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 지나간 일에 대한 되새김, 분노, 불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그 모든 것이 통증을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 사이클을 부채질한다. (p.195)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통증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걸 나만의 문제로 자책할 필요도 없고 친구들끼리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나는 두 딸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운동을 루틴화할 생각이다. 운동은 몸매를 가꾸기 위한 것, 힐링을 하기 위해 하는 사치가 아니라 내 몸을 주도적으로 돌보는 필수적 요소라고 말이다.
내가 매일 아침 또는 새벽에 달리기를 3km씩 하다 보니 매일 달리기를 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 되었다. 둘째 아이까지 초등학생이 된다면 온 가족이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매주 가족 행사처럼 아이들과 함께 기획하고자 한다. 운동은 뇌발달과도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끔 만드는 존재다. 이런 일상 습관을 선물해 주는 게 그 어떤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 고통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정신적인 고통 또한 그럴까.
- 우리는 지금까지 통증은 우리 몸이 손상된 정도를 알려주는 기준이라는 잘못된 논리에 사로잡혀 살았다.
- 통증은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현상이 아니라 몸을 보호하라는 신체의 반응이다. 불쾌한 감정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게 하는 현상이다. 통증을 통해 위험이 될 만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체를 보호할 방법을 찾게 되며, 특정 행동이나 행위를 피하게 된다. 통증은 손상의 척도가 아니다.
- 의사들이 조직 손상과 통증의 관련성이 적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았다. (…) 통증은 매우 복잡하다.
- 개인의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날 수 없고 따라서 일반화할 수도 없다. (…) 통증은 복잡하고 가변적이며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 한쪽의 주장을 이해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 심리 상태, 감정, 환경적 요소는 물리적 접촉만큼 고통을 느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더 중요할 때도 많다. (p.122)
- 우승이라는 목표를 떠올리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와도 견딜 만하게 여겨집니다. (…) 게다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 큰 트라우마로 인해 일시적인 가벼운 통증이 만성 통증으로 변하고 있었다. 모든 잠재적 위협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재구성된 것이다. 통증을 센서로 작동하는 실외 보안등이라고 한다면 작은 나뭇잎에도 작동하는 보안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통증은 감각과도 관련이 있고 감정과도 관련이 있다. (p.123)
-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통증은 정도가 어떻든 우리의 기분과 감정, 생각의 영향을 받는다.(p. 127)
- 인간의 여러 감정 중 가장 강력한 감정인 불안과 두려움. 자극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높아졌다. 통증에 대한 기대로 활성화가 증가. 불안감이 통증을 악화시키고 두려움과 통증의 관계가 자기 충족적 예언 효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
- 과거에 심하게 아팠던 경험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 심각한 문제는 많은 의사들이 주사 통증을 매우 대단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 긍정적인 생각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주사가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의심과 불신이 커져서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안정감을 높여주고 긴장감을 달래주며 공포심과 경계심을 최대한 낮춰줘야 한다. 유아들은 똑바로 앉은 자세가 되도록 꼭 안아주어야, 좀 더 큰 아이들의 경우 눕히는 것은 좋지 않다. 몸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져서 불안감이 커지고 주사가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p.129)
- 관심 전환, 쾌감, 안정감. 안전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좋아할 만한 놀이 제공. 비눗방울을 불게 하는 것. 숨을 깊이 들이쉬게 되므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4살 이상은 주사 맞은 부위를 살살 문질러주는 것이 도움. 괜찮아 걱정하지 마, 금방 끝날 거야. 미안해는 실제로 걱정할 일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메시지다. 끝난 후에 잘했다고 긍정적인 피드백 주는 게 중요. 그래야 덜 불안해하고 덜 아파한다.(p. 130)
- 외부 위협과 통제력 상실. 시야는 차단, 청각은 시끄러운 음악으로 마비되는 상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통증을 더 악화시킨다.
-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훨씬 견딜 만했다. 만성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증에 대한 통제력과 대응력을 기를 수 있다면 통증의 강도와 불쾌감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어떤 것이 진짜 통증인지 아닌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기분이 통증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 상태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면 불안감이 높아진다. 뇌는 불안하거나 두려워할 때 경보음을 더 크게 울리고 싶어 한다. (p.133)
- 통증을 불에 비유한다면 부정적인 감정들은 기름인 셈.
- 통증이 생기면 우선 걱정이 많아진다.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고 걱정하는 부분과 관련된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 통증은 결국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므로 걱정이 많을수록 통증은 더욱 증폭된다.
-만성통증에 가장 좋은 진통제는 활동적으로 지내는 것. 하지만 불안감 -> 과잉 경계심을 낳고 -> 통증을 더 악화하는 악순환 -> 움직임을 더욱 회피하는 경향으로. 움직임을 회피하는 경향은 통증이 아니라 통증에 대한 예측에서 시작된다. (p.135)
일상 습관(숙면, 사회생활, 건강한 식습관), 음악, 웃음, 운동, 손길
- 통증에 대한 수용이 중요한 이유는 통증에 대한 기대와 예측을 낮춰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낮출 있기 때문이다. 수용이란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통증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 받아들이는 것은 실제로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는 방법이다.(p.137)
- 통증은 조직 손상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길 원하지만 가끔은 정도가 지나친 수호천사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통증을 조절할 강력한 힘이 있다.
- 고통은 그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과 사회에서, 성장과 생존에 도움을 주는 수단이라는 의미가 전달되면, 견딜만한 가치가 생기고 즐길 수 있는 것이 된다. (p.159)
- 의사들은 아픔을 느끼는 사람을 볼 때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능력이 발달해 있고, 그 사람과 자신을 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점 때문에 의사들이 대체로 냉정하고 차가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겪는 연민 피로나 일반적인 정신적 피로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환자의 고통에 본능적인 감정대로 반응하지 않아야 인지적 영역에 더 여유가 생겨서 더 많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환자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부분은 전체 재독하기 (p.178~179)
- 사회적 거부의 고통, 마음의 상처나 마음이 아픈 느낌이 물리적 통증이 있을 때처럼 실제로 아픈 느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p.182)
- 통증은 위험을 피하고 안전한 상태로 이르게 하는 우리 인체의 보호 반응이다. 뇌는 우리가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도 우리의 생존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인식한다.
- 흡연보다 위험하고 전염성이 강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계속 증가하고 있는 질병은 외로움이다. 사회적 고립은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 사회적 고립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 팀워크가 통증 역치를 높인다(옥스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함께 노를 저으면 뇌가 그 임무에 의미와 목적을 더 많이 부여해서 엔도르핀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p.184)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나에게 가족 합주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 음악이 우리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된다. 여러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구성원들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p.186)
단순히 놀이가 아니라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음악은 필수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함께 부르고 서툴더라도 악기 합주를 한다는 건 고통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행위가 아닐까? 앞으로 어떤 힘든 순간이 다가오더라도 이런 루틴들이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다.
나에게 웃음은 일상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필수 요소였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실없는 농담을 하며 온 가족이 서로를 다독여준다면 이겨낼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편이다. 그걸 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서도 느낀다. 나는 외부적 역경은 사실 두렵지 않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상처 주고 웃음이 사라진 가정이 그 어떤 역경보다 치명타라는 것을 나는 안다.
- 웃음이 통증 역치를 높인다. 마음은 안정적이지만 재밌는 영상을 볼 때 웃지 않은 사람들은, 실제로 통증 역치가 높아지지 않았다. 웃음이라는 물리적 근육 활동. 노래, 춤, 운동은 사람들과 ‘규칙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약물보다 좋은 진통 효과를 가져다준다. 인간관계 폭이 넓은 사람일수록 통증 역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p.188)
최근에 힘들었던 개인적인 일을 나는 사람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 가족과 회사동료, 친구라는 규칙적인 유대 관계를 통해 부작용 없는 진통제를 맞고 있었던 셈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어서 바닥을 칠 수 있었음에도 그걸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와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다.
100세 시대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오래 살지 못할까 봐'가 아니라 '아픈 채로 오랫동안 살아갈까 봐'가 아닐까 싶다. 건물 안 커뮤니티 시절에 병원이 있는 고급 실버타운이 인기 있는 이유도 아플 때 바로 검사받고 치료가 가능해서라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반드시 아플 것이라는 것 또한 우리의 고정형 사고방식 때문에 생긴 착각이 아닐까?
아프면 진통제부터 찾을 게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자신의 일상 습관에서 찾고, 어떻게 하면 기존의 통증에서 벗어나고 부작용 걱정이 없는 통증 완화제를 찾는 것인가가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작용 없는 통증 완화제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저자는 있다고 말한다.
- 부작용 걱정이 없는 통증 완화제는 바로 ‘손길’이라는 좋은 진통제다. 토닥거림이나 쓰다듬는 손길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해 준다는 것을 잘 안다. (p.201)
마음을 진정시키는 부드러운 손길은 긍정적인 정보와 안정감을 전달한다. 엄마 손은 약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애정 어린 손길은 모든 인간이 불필요하게 겪는 고통을 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통증은 안정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가라앉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심해진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존재다.
통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읽게 된 <고통의 비밀>을 통해 나는 사랑을 배웠다. 통증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