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알게 된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어떤 일은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해보고 '어라? 의외로 할만하네?'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은 막상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에서 '잘될 거야' '아니야 안될지도 몰라'라는 생각만 하다가 끝나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 짧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스무 살 때가 눈에 선하다고 하셨는데 벌써 예순 후반이 되셨다. 나 역시 아직도 고등학생 때 깔깔대며 친구들이랑 주접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4살과 9개월짜리 꼬물이 엄마가 되었다.
그렇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었으니 내 세상이 변한 것 같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다. 아니 어쩌면 많이 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의 나도 여전히 나다. 그리고 꿈 많고 뭐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스무 살 철없던 고민 많던 나도 나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가 사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된 생각 많은 나도 나다.
그대로의 나를 데리고 살면서 내가 바라는 세상은 더 커져만 갔다.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나 나의 가치를 발견해주길 바라곤 했다.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나'였을 거라고.
내가 나의 가치를 가장 못 미더워하고 의심했고 저평가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좀 더 믿어주자고 하면서 정작 나는 나를 못 믿었다는 게 슬펐다. 무한한 시도를 하면서 그게 실패했건 결과가 생각보다 별로 건 그냥 수많은 시도가 나를 성장으로 이끌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었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를 사람이 나타나 나를 다독여주길 바란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인연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나와 공유하는 게 비슷하고 서로 이끌어주는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될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내가 그 '누군가'가 되자. 나의 자아를 분리해서 내가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자. 그러다가 지치면 또 다른 인연을 만나면서 힘을 내면 되지.
내가 했던 무한한 시도가 나를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그 시도들이 수많은 인연과 만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나다. 그대로의 나이면서 전혀 다른 나인 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그 실패조차 잊힐 만큼의 수많은 시도를 할 것이다. 그리고 백마 탄 왕자님 기다리듯 나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나타나기를 손 놓고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인생을 즐기며 사람들과 더욱 신나게 어울리며 살 것이다. 그러다가 그 누군가와 길가에서 우연히 서로 알아보는 그런 멋진 날이 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나는 내 인생을 즐길 것이다. '나'라는 멋진 친구가 나에게는 있고 그런 멋진 친구를 알게 해 준 건 이 글쓰기였으니 나는 외롭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한 자신으로 행복하길 바라면서 나는 또 내일도 글을 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