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나를 갖기 전 3번 유산을 하셨다.
몸이 원래 안 좋으셨던 것도 있지만 일 때문에 더 힘드셔서 그러셨을 거다.
세 번의 아픔 뒤에 엄마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하셨다. 키우면서 정말 많은 정이 들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나를 임신하셨다.
엄마, 아빠, 할머니는 입양된 아이를 앞으로 태어나게 될 나와 함께 키울 자신이 없으셨다. 그래서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이었다고 하셨다. 할머니도 엄마도 펑펑 우셨다.
이게 내가 들은 이야기의 전부다.
나는 가끔 나와 함께 자랐을 수도 있었던 언니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언니 덕분에 내가 태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는 그 언니를 키우는 동안에 유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임신해야 한다는 압박에서도 벗어나서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하셨을 것이다.
임신이란 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나 역시도 1년 간의 난임기를 거치면서 알게 되었다. 가지려고 애를 쓸수록 더 예민해진다. 테스트기로 매 달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는 것만큼 잔인한 건 없다.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기대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싫고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신혼 초 야근이 많아서 부장님께 칼퇴하고 싶다고 했다. 칼퇴해야 아기도 갖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말했더니 아기 갖는 거랑 칼퇴랑 무슨 상관이냐 했다. 그는 그냥 임신이란 게 부부가 잠깐(?)의 시간을 보내면 금방 되는 줄 알고 있나 보다. 그 잠깐의 시간도 마음이 동해야 생기는 거고 퇴근 후 부부만의 시간이 여유롭게 있어야 마음도 동할 텐데....
어쨌거나 임신은 쉽지 않다. 난임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도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니까 더더욱 그렇다.
행복하다는 마음을 먹기가 그리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나는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한 달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집중할 수 있고 행복한 일로 하루하루를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퇴사하기로 마음먹고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던 때를 돌아보면 그랬다. 그리고 퇴사 후의 한없이 늘어진 휴식도 행복했다. 몸도 마음도 편했으니 퇴사 후 바로 임신이 되었다. 회사 다니며 그렇게 바랬었는데도 찾아오지 않았던 첫째가 퇴사 선물처럼 우리에게 왔다.
둘째를 가질 때에도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가 없어서 더 그랬던걸 수 있다. 남편은 첫째 임신 중에도 둘째 때도 걱정을 했지만 난 무슨 마음이었는지 전혀 걱정이 안 되었다. 내가 마음이 편하고 건강한 걸 먹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다면 아이도 잘 클 거라 확신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지만 그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불안이 덮친다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좋은 에너지를 내뿜는 이들과 만나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예민하고 불안을 늘 가지고 있던 나였지만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대범해질 수 있었다. 불안이 문득문득 자신을 덮칠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그만'을 외쳐야 한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머릿 속도 복잡하지만 그냥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