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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02. 2020

글쓰기로 돌에 구멍을 내겠습니다

시간을 만들어 꾸준히 쌓은 경험


  나에게 글쓰기는 작은 성공 경험과 함께 시작되었다. 학기초 글을 못쓴다고 국어선생님한테 타박받던 고1 학생이 글쓰기를 시작해서 다음 해에 교내 논술대회에서 상을 받은 아주 작은 성공 스토리말이다. 그다지 별 대단한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사람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했다. 그 이후부터 나에게 글쓰기는 '일'이 아니었고 수다떠는 것과 같은 놀이였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도 내가 쓴 글을 자꾸만 퇴고하면서 고치는 일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으니 계속 지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300페이지 넘는 두꺼운 노트에 나의 이야기를 써나갔고 그게 여러 권 쌓여갈 때쯤 이제는 공개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가 난 게 아니고 답답해서 썼다. 나의 노트에만 끄적거리면 아무도 공감해주지도 않겠지만 누군가가 글을 읽고 나와 공감대형성이 된다면 너무나 기쁠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브런치에는 글들이 쌓여갔다. 머릿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 그걸 쏟아내고 정리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에게 글쓰기는 우리집을 미니멀하게 꾸미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글을 쓸 수록 생각이 정리되었다. 내 글을 읽고 내가 나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쓰는 걸 못하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고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글쓰기의 좋은 점을 알리고 싶은 나도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 임계점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한달에 2번정도 쓰는 것 가지고 무슨 글쓰기 실력을 늘리겠다는 건지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래서 매일 양질의 글을 쏟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자주. 처음부터 빨리 할 수는 없겠지만 씽큐베이션2기를 하면서 1주일 1서평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는 건 이게 디폴트값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내가 걷기를 2019년 1월부터 매일 5천보이상 걸으면서 느낀 감정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그게 지겨워진 나는 2019년 말부터 달리기로 갈아타게 되었다. 지금은 매일 새벽 3키로를 거뜬하게 달린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은 무서운 힘을 갖는다.



내가 늘 산책하면서 지나는 샛강다리가 2019년 여름에 잠시 공사를 했던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지 말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너도나도 자전거를 타고 나무데크 위를 쌩쌩 달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무데크에서 소리만 났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불가피할 정도로 나무가 주저앉고 난리가 났다. 샛강다리를 보면서 운동을 하기보다 누워있기를 택했던 나의 십대, 이십대 시절이 사무치게 후회된다. 나무데크와 나의 건강이 오버랩되었다. 그와 동시에 올해부터라도 꾸준한 걷기와 새벽달리기가 나의 정체성이 된 것에 감사한다. '글쓰기와 걷기를 안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끔찍하니까.



나는 이제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는 옛말이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게 쌓이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글쓰기로 돌을 뚫어야겠다. 그러려면 마음이 조급하다고 물줄기를 몇번 쏘다가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저 서두르지 않고 같은 페이스로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그렇게 나는 글쓰기로 돌을 뚫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이 30일 글쓰기의 첫 장문의 글이라는 게 약간 떨리기도 하고 묘하다. 이렇게 무리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면 안되니 페이스조절을 해야겠다.


(이렇게 나는 매일 글쓰기조차도 첫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데 말이다. 과거의 미발행 글을 수정하고 다시 보며 오늘도 나는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고, 미래의 나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최선의 오늘을 산다. 지금의 나에게

고마워하고 대견해할 미래의 내가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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