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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Oct 28. 2020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로부터 도망친다는 것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는 법

힘들 때 도망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여부는 그 힘든 상황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너무 다르다. 힘들다라.... 공부가 힘들 때 도망치는 게 좋을까? 회사 일이 너무 힘들 때는? 연인이 나를 힘들 게 할 때는? 부모님이 나를 힘들 게 할 때는? 친구가 나를 힘들 게 할 때는? 아이들이 나를 힘들 게 할 때는? 인생이 나를 힘들게 할 때는?




어쩌면 몇몇 상황 빼고는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공부가 힘들다고 그냥 놀아버리면 시험은 망치는 거고, 회사 일이 힘들 때 아무 계획 없이 때려치운다면 그 이후에는 더 쉽게 습관성으로 때려치우게 될 수도 있다. 물론 회사가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이성적으로 여러 가지 대안들을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저 숲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냅다 도망치는 게 능사가 아닌 것이다.


가족이 나를 힘들 게 할때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처럼 사람 때문에 힘들 때는 우린 어떻게 할까. 도망칠 수 있을까. 연인이라면 떠날 수 있고 친구라면 점점 멀어질 수도 있을 테다. 가족, 부모님이 나를 힘들게 할 때는 어떻게 할까. 도망칠 수 있을까? 거리를 두는 게 베스트겠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을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부모와 이미 성인이 된 자식 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다. 그 기간이 너무 길어 서로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부모님이 나를 힘들게 할 때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부모님'이 나를 힘들 게 한 게 아니라 그 어떤 '나의 심리적인 부분'이 힘들다고 반응한 것인지. 나의 불안과 초조함때문일 수도 있다. 서운함때문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보상받지 못한 상처 받은 어린 내가 불쑥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게 복합적으로 나타나 그 감정이 폭발한다. 그렇다면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당장 속상한 기분을 날릴 수 있게 운동을 하고(나의 경우는 초반에는 매일 40분씩 걷기, 지금은 매일 새벽3키로 달리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해야 할 일을 하고(생계를 책임지는 일, 집안을 정돈하는 일, 가족 건강을 챙기는 일, 글쓰기 등)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 을 잔다. 자고 나면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면 도망쳐야 할까? 힘든 감정에서 잠시 떨어질 시간을 나에게 주고, 일상을 살고, 그리고 잠을 잔다. 그렇게 물리적 시간이 흐른 뒤 나의 감정을 살펴본다. 이건 도망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할 때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내가 나를 힘들 게 할 때는 어떻게 할까? 왜 나는 나를 힘들게 할까. 나에게서 내가 도망칠 수 있을까? 정말 오랫동안 나는 내가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그런 나를 안아주는 것도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과 쓸쓸함에서 나오는 '나밖에 없다'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가장 이해할 수 있고 위로해줄 수 있는 상대'로 나를 바라보는 따뜻함에서 오는 말이다. 나는 또 나를 가끔씩 힘들게 할 테지만 나는 나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한다. 불완전한 나를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토닥여주려고 한다. 도망친다면 혼자 남겨진 나는 더욱 쓸쓸해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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