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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Nov 30. 2020

기분좋은 휴식 공간에 대해서

가상경험이 나에게 준 선물

작년 잠시동안 에어비엔비에 관심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 실제로 투룸 공간을 빌려 에어비앤비로 운영할 생각으로 매물들을 보러다녔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공간이 생겼을때를 리얼하게 상상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최소한의 투룸 공간에서 어떤 물품들이 필요할지 리스트를 적어봤다. 공간별로 쓰면 추가할게 생각나기 쉬울테니 공간별로 그림도 그려보며 생각했었다.


욕실

- 수건

- 샴푸,린스, 바디워시

- 핸드워시, 아로마오일 스틱(방향제)

- 변기클리너, 뚫어뻥 (이건 좀 오피셜한 이름이 없나...나만 모르나)

- 세탁기, 건조기


부엌, 다이닝

- 그릇

- 수저

- 꽃, 화병

- 조리도구, 후라이팬,

- 8인용 테이블

- 의자 4~8개

- 냉장고


침실 (x 2 투룸이니까)

- 커튼 또는 블라인드

- 심플한 옷행거, 옷걸이

- 매트리스 (A룸은 2인용, B룸은 1인용)

- 이불, 베개, 시트


- 잠기는 창고 (예비물품 보관용)

- 보안용 문밖 CCTV (도둑 방지)


꾸미는 비용

- 가랜드

- 액자

- 식물 화분 (조화로 할지, 생으로 할지)

- 베란다 바닥 조립데크타일 or 인조잔디 (베란다가 있는 경우)

- 침실 조명

- 다이닝 조명



호텔처럼 완벽하게 꾸미는 게 목표가 아니고 최소한의 비용투자로 최대한의 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에 모든 걸 쏟아붓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걸로 파산할 수도 있으니까. 숙박객에 의한 도난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처음에는 인테리어에 완전 최소한으로 시작한 다음에 조금씩 예쁜 소품드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겠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집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면 느껴질 수록 물건을 훔치거나 막 다루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끗한 도로일 수록 쓰레기를 버리면 티가 나서 더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장사하는 숙박시설이라는 느낌보다 '진짜 가족이 살아요. 근데 잠시 공간을 빌려준거에요'(프로필도 가족 아이들사진도 함께 기재하고)라고 하면 더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다루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생각들을 해나갔었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상식이 통하지 않은 관광객도 있을테니 조심해야할 건 철저히 조심하되 내가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는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케아에 가서 물건을 고르면서도 신혼집 꾸미러가는 느낌으로 설레면서 고르고, 우리 공간에 방문한 사람들과 앞으로도 좋은 연결의 기회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게 사실 Airbnb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생태계이긴 할 것이다.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여행에서 삶을 경험하는 것 말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으로 사업에 접근하는 걸 수도 있지만 한번 사는 인생, 안되더라도 좀 즐기며 하고 싶다. 나만의 방식으로. ( 너무 처음부터 크게 비용을 쏟는 것은 경계해야겠다.)


다음 단계는 이 물품 가격들을 엑셀로 정리해서 총 금액을 실제로 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내가 어떤 이미지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생각하는지 pinterest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는 것까지.


이런식으로 차근차근 진행을 하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나는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은게 아니구나..


라고 말이다.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내가 꾸며놓은 공간에서 나없이 돌아다니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내가 애정을 쏟은 공간인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전전긍긍하게 될 내가 그려졌다.


그렇게 나는 에어비엔비 숙박이 아니라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크루들과 음식을 같이 만들어먹고 영화얘기도 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오픈다이닝 공간에 대해 꿈꾸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에비을 계획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오픈다이닝 공간대여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8평 작은 공간을 빌리고 내가 원하는 식으로 꾸며놓고 나니...


코로나가 터졌다.


그리고 더 웃긴건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불안하지 않았다는거다. 그렇게 개인사업자 등록하고 1년이 지나 빌린 공간과는 이제 곧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게 다 그 연장선으로  넓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한다. 나는 진짜 나를 만족시키는 것들을 찾아헤매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러다보니 더욱 내 취향에 대해 날카로워지는걸 느낀다. 가상으로 나의 공간에 대해 했던 고민들이 나의 꿈을 구체화시킨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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