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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Dec 05. 2020

과거와 대화를 나눈다는 경험

  1년 전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2019년 9월의 어느날 적어둔 메모를 보게 되었다. 과거의 나와 대화나누는 느낌이라 새로웠고 부끄러웠다. 과거의 나도 나니까 포용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열심히 살고 있구나 뿌듯해했으면 좋겠다.


2019.9월

오늘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보물지도를 했고, 합정에 가서 매물을 직접 보고 이야기도 나눴다.


<보물지도>

보물지도를 하면서는 단순히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CEO들의 조찬모임의 전신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전 10시에 모여서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시각화'시키고 그리고 그걸 좋은 사람들과 나누니까 의미가 컸다. 아무나하고 내 꿈을 공유한다고 이런 통찰과 양질의 정보교환을 나눌 수는 없을 테니까.


내가 생각하던 두리뭉실했던 게 다른 분 입에서 정확히 짚어져서 다시 나의 가슴에 꽂힌다.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큰 거 같아요.' '언어에 대한 장점을 왜 얘기 안 했어요?'등등 스스로 당황스러웠다. 나는 나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몰랐나 보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진짜 뚜렷하게 나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에만 집중하려 했던 과거의 산물인 거 같다. 나는 공간과 언어, 음식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내 시간이 순삭 되는 일을 재화로 만들 고민을 하라'라고 오늘 월 7천을 버는 완전 초시골 깡촌 국내파 영어 선생님의 영상을 보고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다. 다른 분 말씀대로 전자책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요즘 시대에 정보는 금방 올드해지기 때문에 빨리빨리 만들어 완성한 다음에 2차, 3차를 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영어로 내가 한 땀 한 땀 할 생각보다 빨리 만들어서 약간 수익이 생기면 그걸로 번역료를 내고 번역해서 아마존에 전자책을 내는 게 빠르다고 말이다. 이분들과 함께 있으면 한 마디 한마디 뇌에 문신으로 새겨 넣고 싶을 말들이 따발총처럼 쏟아져 나온다. 내 아웃풋이 이 인사이트들을 쫒아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다. 아웃풋 쏟아내야겠다. 오늘 내가 보물지도 가운데에 쓴 말도 'Output을 많~이 내는 사람'이었으니까.


<에어비앤비>

합정에서 매물을 보면서는 다른분 사례를 통해 가계약까지 VR 체험을 한 기분이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 거고 다음 스텝이 뭘까. 공간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내가 만약 이런 공간이 있다면 바로 할 수 있는 상황일까. 우리 동네만 무조건 해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당장은 안 하더라도 합정이라는 동네의 매력을 산책을 통해서든 자주 누려본다면 더 많은 게 보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 씹어먹기>

오늘이 <완공 기억 편>을 다시 읽고 각자 아웃풋 포스팅을 올리는 마감날이다. 리더라 불리기 많이 부족하지만 모임을 만든 주최자로써 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냥 으쌰 으쌰 잘한다 얘기해주는 팀장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함께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 23시 59분까지 올리는 건데 11시 반까지 반 정도가 올라와서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지금 9분 남았는데 1명 빼고 다 올려줘서 아직 남은 9분간 100프로 제출을 기대해봐도 될 거 같다.


아까는 졸려서 '어떻게 하지'였는데, 팀원들 모두 잘 함께 해나갈 수 있을까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팀원을 믿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게 더 건강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실력이나 준비가 부족할수록 전전긍긍하고 불안해한다. 자기 확신이 있으면 불안해할 시간에 더 많은 연습과 준비를 철저히 한다. 그게 고수다.




1년 전의 글을 보면서 나는 과거의 나와 대화를 나눈다. 막연하게 조급했던 과거의 나, 그리고 조급한만큼 따발총같은 시도들을 했던 나. 그런 와중에 기록으로 남겼던게 나에게는 큰 자산이 된다.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의 시도와 실패에 이불킥을 날리고 싶다는건 그만큼 성장했다는 좋은 신호다. 과거의 글을 보고 만족스러우면 매우 위험하다. 전혀 발전한게 없다는게 되니까.


과거의 기록들을 보며 지금 기록도 더 많이 남겨놔야지 느낀다. 에어비앤비, 보물지도의 경험들을 통해 나는 오픈다이닝 공간을 열었고 지금 집으로 이사를 왔다. 지금 이사 정리가 아직 덜 끝난 방에서 이 글을 쓰면서, 진짜 사람일은 모르는구나를 절감한다. 완벽한 계획이란 건 없다. 그저 묵묵히 몰입하며 꾸준하게 지속하는 수 밖에.


참 뿌듯하고 묘하고 기분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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