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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an 15. 2017

적정한 집값의 기준

아니, 적어도 비바람을 막을 집 걱정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집을 산다는 것.


  금수저에게만 해당되는 일 또는 경제활동을 꽤나(그것도 거의 평생) 오래 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거의 평생을 몸 부서져라 돈을 벌었는데도 자기 이름으로 집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첫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그마한 집을 사는 일들이 인생에 있어 큰 기쁨이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는 그 하나하나가 겨우겨우 그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 그리고 용기와 노력만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삶의 큰 기쁨을 누릴 기회를 강제로 빼앗긴 기분이다.

 
  점점 전세가 사라져 가고 있으니 월세와 매매, 딱 두 가지만으로 얘기해보고 싶다. 대출을 껴서 매입하는 경우도 제외하고 싶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 은행에 다달이 돈 바치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짐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선 월세는 어떤 느낌이 드냐 하면 집주인의 노후를 위해 용돈을 매달 갖다 바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내 부모님께 드려도 시원치 않을 금액을 얼굴도 가물가물한 집주인한테 매달 너무나도 성실히 주고 있다는 게 슬프다.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 잠시 월세살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돈도 못 버는 와중에 현금으로 갖다 바쳤었던 월세 첫 한 달 분을 집주인 할머니에게 떼인 적이 있었다. 첫 달 월세는 계약할 때 계약금과 함께 현금으로 드리고 두 번째 달부터 계좌이체를 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계좌이체에 익숙지 않았던 코찔찔이였던 그때의 나는 현금으로 뽑아서 드리는 게 최고인 줄 알았었다.

  물론 그 자리에 공인중개사도 있었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월세도 안 내고 들어가 산다는 것 또한 상상도 못 하던 순수하고 바보였던 나였다. 계약기간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그렇게 바보같이 계약이 끝나는 날에 돈을 떼였다. 공인중개사 역시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증거가 안남아 있어서 매일 난리를 치는 집주인 할머니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공인중개사도 자신의 잘못이 어느 정도 있다며 금액의 반을 내주고는 마무리되었다.

  돈 독에 오른 할머니를 보며 나는 크게 결심했다. 저런 집주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세입자는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주로 그런 월세 생활을 하는 게 월급이 넉넉지 않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학생들에게 닥친 현실이라는 게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민달팽이 유니온 같은 젊은 친구들의 활동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대견하다. 대학생들이 제 코가 석자일 텐데도 그런 문제에 부딪히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감동이었다. 얼마 전까지 후원을 하다가 나도 살기 팍팍해서 잠시 후원을 중지했었는데 다시 후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매매에 대해 얘기해보자. 비싼 서울 집값은 잠시 잊고 과연 적정한 집값이란 어느 정도일까. 적어도 각자 사회생활을 한 지 3년 정도 된 커플이 돈을 합쳐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첫 월급을 세후 200만 원으로 잡고 3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한 경우 3,600~4,500만 원 정도 모은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서울에 위치한 방 2칸짜리 집값이 1억~1억 2천만 되어도 젊은이들이 적어도 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하면 무조건 대출은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집을 사는 것이 그리 쉬워서 되겠냐고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말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돼버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생각을 말하고 해결책을 머리 맞대고 생각해보는 것, 그러다 보면 무언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나는 버리고 싶지 않다. 당연하다고 지레 포기해버려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썩어 문드러져서 생기는 문제들도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대출도 문제지만 부모님이 돈을 보태주시는 것도 어느 정도 문제라면 문제다. 부모님이 도와주시는 게 뭐가 문제냐하면, 부모님의 여윳돈이 아니라 그분들의 노후자금을 깨서 도와주는 게 자식에게나 부모에게나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자식이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없으니 도와주시겠다 하시지만 노후자금에 대한 부담은 부모세대도 크기 때문이다.

  취업한 자식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것 또한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부담이다. 늦은 취업으로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을 위해 취업 후에 소소하게 용돈을 드리지만,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월급도 안 오르는 마당에 그 월급에서 용돈을 빼면 정작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월급은 더 적어진다. 그러다 보니 저축도 못하고 다달이 나갈 돈은 많고를 반복하며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모세대에서부터 내려온 돈의 딜레마를 끊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그 방법은 다운사이징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길은 아직 멀지만 조금씩 하나하나 실천하려고 나 역시 노력하고 있다. 단순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더 넓은 집으로 가려는 생각이 없어진다. 꽤 많은 사람들이 집의 대부분의 공간을 사람이 아닌 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런 것이야말로 크나큰 낭비가 아닐까.


  1억도 어디 모으기 쉽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비현실적인 서울 집값에 비하면 그나마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서울에서 1억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시대를 꿈꾸는 게 나쁜 걸까. 청년들이 1억으로 자신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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